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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판 위에서의 뜨거운 합궁 (연려실기술)

조선 로맨스 2026. 8. 21. 10:42

부부관계가 뜸해진 칠성판 위에서의 뜨거운 합궁 (연려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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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조선 시대, 후사도 없고 금슬도 바닥을 친 양반가 부부가 있었습니다. 점쟁이를 찾아간 부인에게 내려진 처방은 다름 아닌 '죽은 자가 눕는 칠성판 위에서의 합궁'!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괴한 처방은 과연 이 부부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요? 교과서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아찔하고도 유쾌한 조선판 부부 클리닉이 지금 시작됩니다!"

※ 1: 적막만이 흐르는 대감댁, 후사 없는 부부의 차가운 냉전

한양 도성 한복판, 누구라도 고개를 치켜들고 우러러볼 만큼 으리으리한 솟을대문을 자랑하는 최 대감댁. 담장 너머로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기개를 뽐내고, 수십 명의 하인들이 마당을 쓸고 닦는 이 거대하고 화려한 기와집에는 언제나 무겁고 차가운 적막만이 짙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막대한 재물과 하늘을 찌를 듯한 드높은 권세를 가진 집안이었지만, 정작 이 넓디넓은 저택에는 사람 사는 따뜻한 온기나 마당을 뒹굴며 노는 어린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의 주인이자 뼈대 있는 가문의 종손인 최 대감과 안방마님인 이씨 부인은 혼인한 지 십 년이 훌쩍 넘도록 슬하에 혈육 하나 두지 못한 채, 마치 한집에 사는 남남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부부관계를 위태롭게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백년가약을 맺고 비단 이부자리를 함께 덮을 무렵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를 끔찍이 아끼며 꽤나 다정한 정을 나누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해가 가고 달이 가도, 봄이 오고 가을이 지나도 부인의 배에는 도무지 아이가 들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벽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허망하고 뼈 시리게 밤이 깊어가는구나. 내 나이 벌써 서른을 훌쩍 넘겼거늘, 이 거대한 집안에서 나는 그저 때 되면 밥이나 축내고 안방의 아랫목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쓸모없는 돌덩이나 다름이 없구나. 길가의 천한 거지들도 제 자식을 안고 웃거늘, 나는 대체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기에 이리도 메마른 땅이란 말인가.'

안채의 싸늘한 아랫목에 우두커니 홀로 앉은 이씨 부인은, 흔들리며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서 하염없이 소리 죽여 눈물만 훔치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법도에 여인이 지켜야 할 칠거지악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며 쫓겨날 사유가 되는 것이 바로 후사를 잇지 못하는 '무자(無子)'의 죄라 했던가요.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모이는 시댁 어르신들의 혀를 차는 소리와 따가운 눈초리, 친척들의 은밀한 수군거림은 날이 갈수록 예리한 비수가 되어 이씨 부인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조선 팔도에서 용하다는 의원이란 의원은 모조리 불러들여 쓴 약을 달여 먹기도 하고, 영험하다는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부처님과 산신령께 무릎이 닳도록 백일기도도 올려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습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절망적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버거워졌습니다. 깊은 좌절감과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은 부부의 평범한 대화를 앗아갔고, 어느새 서로를 남몰래 원망하는 마음만이 흉터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사랑채에 머무는 최 대감의 사정도 안채의 부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명문가의 장손으로서 반드시 대를 이어 조상님의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그 막중한 압박감은, 매일 밤 그의 숨통을 조여오는 거대한 바위와도 같았습니다. 낮에는 조정에 나가 근엄한 얼굴로 정사를 논하고 호령했지만,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지기만 했습니다. 의무감으로 치러야 했던 합궁은 실패가 거듭될수록 끔찍한 고역이 되었고, 안채로 향하는 발길을 완전히 끊은 지 이미 수년째였습니다. 그는 매일 밤 사랑채에서 독수공방하며 외롭고 쓴 술잔만 기울였습니다.

"에휴... 내 전생에 무슨 나라를 파는 큰 죄를 지었기에, 조상님들 뵐 면목조차 이리 없게 되었단 말인가. 십 년 세월 동안 메마른 땅에 물을 대고 씨를 뿌리는 것도 이제는 지치고 진절머리가 난다. 이제 부인의 그 처연하고 슬픈 얼굴을 보면 그저 한없이 미안하고 가슴이 답답할 뿐, 사내로서의 정애나 욕정은 단 한 줌도 일지 않으니... 우리 부부의 연은 진정 여기까지인 것인가. 첩실을 들이자니 본처의 눈물이 마음에 걸리고, 이대로 살자니 대가 끊길 판이니 참으로 기구한 팔자로다."

최 대감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차가운 탁주를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습니다. 부부의 관계가 몸도 마음도 완전히 단절되자, 최 대감의 마음속에서는 이씨 부인을 향한 애틋함이나 정욕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차가운 방에 나란히 누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던 그 숨 막히는 침묵들. 서로의 몸에 억지로 손을 대는 것조차 마치 거대한 형벌을 치르는 것처럼 끔찍하게 느껴지던 그 밤들의 눅눅한 기억이, 최 대감의 발걸음을 사랑채에 영원히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감댁의 하인들조차 행여나 두 마님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발소리를 죽여가며 쥐 죽은 듯 눈치만 보았습니다. 어쩌다 밥상머리에서 마주 앉아도 두 사람은 묵묵히 숟가락이 사기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낼 뿐, "반찬이 짜다"거나 "오늘 날이 춥다"는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았습니다. 이 거대한 대감댁은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궁궐 같았지만, 그 속은 이미 오래전 생기를 잃고 죽어버린 사람의 무덤처럼 차갑고 냉랭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씨 부인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글퍼, 이대로 몰래 뒷산에 올라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버리는 편이 시댁과 남편에게 짐을 덜어주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며 매일 밤 소리 죽여 오열했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깐깐한 체면과 친정의 명예가 그녀를 죽지 못해 억지로 살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선에서 가장 넓고 화려한 기와집이라는 이름의 감옥 안에서, 남편과 아내는 철저히 고립된 채 서로의 마음을 갉아먹으며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 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용하다는 무당이 내린 기괴한 비방

그러던 어느 늦은 가을날, 삶의 의욕을 모두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이씨 부인의 귀에 한 가지 몹시 솔깃한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한양 도성 밖, 인적이 드문 인왕산 깊은 골짜기에, 죽은 사람도 다시 살려내고 억울하게 끊어진 인연도 찰떡같이 다시 이어준다는 기가 막히게 용한 늙은 무당이 숨어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엄한 사대부 양반가의 마님이 점괘나 미신에 의지해 밤중에 산속의 천한 무당을 찾아간다는 것은 양반의 체통과 유교 법도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짓이었습니다. 만약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문중의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나, 벼랑 끝에 내몰린 지금의 이씨 부인에게 그런 체면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는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진 아주 깊은 밤, 가장 입이 무겁고 믿을 만한 늙은 몸종 하나만을 대동한 채 남몰래 가마를 타고 험한 인왕산으로 향했습니다.

산길은 몹시도 가파르고 스산했습니다. 차가운 가을바람에 스치는 앙상한 나뭇가지 소리가 마치 억울한 귀신의 곡소리처럼 귓가를 때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굶주린 산짐승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마를 멘 꾼들조차 한기가 서려 덜덜 떨었지만, 이씨 부인은 두 손을 꽉 쥐고 두려움을 꾹 참으며 어두운 산길을 묵묵히 올랐습니다.

마침내 아슬아슬한 절벽 아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낡고 음산한 초가집 하나가 어둠 속에서 불쑥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집 주변에는 원색의 오색 천이 밤바람에 기괴하게 나부끼고 있었고,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혼을 빼놓을 듯 짙고 매캐한 향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렀습니다. 조심스레 떨리는 손으로 사립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촛불 하나 켜진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주름이 나무껍질처럼 깊게 패고 안광이 짐승처럼 번뜩이는 늙은 무당이 기다란 담뱃대를 물고 꼿꼿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무당은 부인이 치맛자락을 채 정리하고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듯 날카롭고 거친 목소리로 툭 던졌습니다.

"쯧쯧쯧... 겉은 번지르르한 최고급 비단옷을 칭칭 감았으나, 속은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썩은 시체처럼 바싹 메말라 버린 꼴이로구나. 양반가의 마님이라 콧대만 높았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속이 문드러진 지가 십 년이 넘었어. 배가 차가워서 아이가 안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너희 부부의 방구석에 시퍼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생명의 불씨 자체가 아예 꺼져버린 것이야. 사내와 여인 사이에 뜨거운 온기와 짐승 같은 정욕이 없는데 대체 어찌 생명이 움틀 수 있겠느냐!"

그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한마디에 이씨 부인은 그동안 양반의 체통 때문에 억지로 꾹꾹 참아왔던 서러움이 둑 터지듯 한꺼번에 밀려와, 그 자리에 털썩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보살님... 용하십니다. 제발, 제발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십 년 세월 남편의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핏덩이 아이 한 번 품어보지도 못한 채 그저 숨만 쉬는 송장처럼 무덤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게 남은 수명이 있다면 절반을 가져가셔도 좋으니, 제발 우리 부부의 잃어버린 금슬을 되찾고 가문의 후사를 잇게 해 주십시오. 시키시는 일이라면 불길 속이라도 뛰어들겠나이다!"

부인의 절절하고 애통한 눈물을 잠자코 듣고 있던 무당은, 물고 있던 담뱃대를 화로 모서리에 탁탁 털며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바짝 숙여 부인의 귀에 대고, 세상에서 가장 오싹하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해괴한 비방을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너희 부부의 음양의 조화는 이미 오래전 단단한 얼음처럼 완전히 얼어붙었으니, 평범하게 따뜻한 방에서 좋은 약을 먹는 방법으로는 그 차가운 빙벽을 결코 깰 수 없다. 죽음의 기운으로 생명의 불씨를 강제로, 아주 폭발적으로 살려내야만 해. 내 말을 똑똑히 명심해서 듣거라. 당장 마을의 장의사를 찾아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시신을 씻기고 눕히는 널빤지... 즉, '칠성판(七星板)'을 하나 몰래 구해오너라. 망자가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저승으로 간다 하여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그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널빤지 말이다. 그리고 달빛조차 완전히 숨어버리는 그믐밤 자정에, 너희 집안에서 가장 춥고 으스스한 후미진 빈 헛간에 그 칠성판을 깔고... 부부가 옷을 모두 벗은 채 그 위에 나란히 누워 거친 살을 섞어야 한다."

이씨 부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칠성판이라니!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사색이 되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치, 칠성판이라니요! 그것은 죽은 뻣뻣한 송장을 염할 때 눕히는, 세상에서 가장 불길하고 끔찍하기 짝이 없는 널빤지가 아닙니까! 어찌 살아 숨 쉬는 사람이, 그것도 고고한 사대부 양반가의 부부가 그 불길하고 무서운 죽음의 판 위에 맨살을 대고 누워 방사를 치른단 말씀이십니까! 행여나 널빤지에 묻어있던 원한 맺힌 귀신이 들러붙어 당장 객사라도 하면 어찌합니까! 그건 미친 짓입니다!"

부인이 경악하며 몸서리를 치며 손사래를 치자, 무당은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습니다.

"이 미련하고 답답한 여인아! 죽음과 삶은 본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찰싹 붙어있는 것이다! 칠성판은 망자가 이승의 미련을 버리고 칠성님께로 돌아가는 죽음의 통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극도의 공포와 짙은 죽음의 기운은 살아있는 육신이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생명력과 정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강력한 기폭제가 되는 법이다! 아무런 위협도 없는 편안하고 따뜻한 안방의 비단 이부자리 위에서는 십 년을 나란히 누워있어도 생명의 불꽃이 일지 않았지 않느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얼어붙는 지독한 죽음의 자리, 그 무서운 칠성판 위에서 숨이 막히는 극도의 두려움을 마주해야만, 짐승처럼 살아남고자 하는 잃어버렸던 너희 부부의 진짜 음양의 기운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피붙이 아이를 안고 싶다면, 내 이 처방을 목숨 걸고 따르거라. 그 외에 다른 방도는 천하 어디에도 없다!"

무당의 서슬 퍼런 호통에 이씨 부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싹한 공포감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휘감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처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묘한 주술적 힘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래, 어차피 이대로 살다 가는 끔찍한 독수공방 속에 말라 죽을 목숨. 귀신이 씌어 발광하다 죽든, 칠성판 위에서 얼어 죽든 대체 무슨 상관이랴. 한 번은 부딪혀 보아야지.' 부인은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두둑한 복채를 내려놓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둘러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제 가장 큰 문제는, 이 미치고 팔짝 뛸 기괴하고 망측한 계획에 그 깐깐하고 체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남편 최 대감을 도대체 어떻게 동참시키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 3: 야밤에 들어온 칠성판, 오싹함과 두려움 속에 치러진 합궁의 준비

집으로 돌아온 이씨 부인은 며칠 밤낮을 밥 한 술 뜨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점잖은 헛기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유교의 체면을 하늘처럼 중시하는 그 깐깐한 남편에게, 남도 아닌 죽은 시체를 눕히는 그 불결한 칠성판 위에서 옷을 벗고 합궁하자는 망측한 말을 도대체 어떤 얼굴로 꺼낼 수 있단 말인가요. 상상만 해도 최 대감이 호통을 치며 벼루를 집어 던질 것이 뻔했습니다. 하지만 약속된 그믐밤은 하루하루 숨통을 조이듯 다가오고 있었고, 이대로 이 미친 짓을 포기한다면 영원히 가문의 죄인으로 늙어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였습니다. 마침내 굳은 결심을 한 부인은, 집안 하인들이 모두 잠든 어느 깊은 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남편이 홀로 기거하는 사랑채로 조심스레 향했습니다.

"대감... 밤이 깊었사오나, 잠시 방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수년 만에 사랑채 방문을 두드리는 아내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홀로 책을 읽고 있던 최 대감은 깜짝 놀라 헛기침을 했습니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씨 부인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다짜고짜 최 대감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엎드려 굵은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최 대감이 책을 내려놓고 부인을 만류하려 했지만, 부인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처절하게 매달렸습니다.

"대감, 제가 오늘 대감의 눈에 이 세상에서 가장 실성하고 미친 여인처럼 보이겠지만, 제발 제 마지막 소원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십 년 동안 대감의 대를 잇지 못한 씻을 수 없는 죄인입니다. 제가 며칠 전 도성 밖에서 가장 용하다는 무당에게 목숨을 걸고 비방을 받아왔사오니, 부디 한 번만, 제 평생소원이니 딱 한 번만 제 뜻에 따라 주십시오. 만약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저는 대감의 곁을 미련 없이 떠나 깊은 산사의 비구니가 되어 평생을 머리를 깎고 숨어 살겠습니다!"

최 대감은 수년 만에 엎드려 통곡하는 아내의 절절한 눈물에 가슴 한구석이 몹시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부인의 해괴망측한 칠성판 처방 설명을 다 듣고 난 뒤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자리에서 벼락같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무, 무엇이라? 칠, 칠성판?! 네가 정녕 귀신이 단단히 씌어 미친 것이냐! 명색이 조선 하늘 아래 고고한 사대부가의 종손인 내가, 송장이나 눕는 그 불길하고 더럽기 짝이 없는 널빤지 위에서 짐승처럼 아내와 살을 섞으란 말이냐! 무당년의 요망한 농간에 놀아나 이 신성한 집안에 죽음의 귀신을 들이고, 사대부의 체통을 시궁창에 짓밟으려 하다니! 내 두 귀를 의심할 지경이로다. 당장 물러가라! 두 번 다시 그따위 미신을 입에 올리면 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최 대감의 불호령이 조용한 사랑채 방 안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이씨 부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물을 훔치며 독기 어린 눈을 부릅뜨고 남편의 바지자락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체통! 그놈의 양반 체통이 무에 그리 중요합니까! 체통을 꼿꼿이 지키다 가문의 대가 완전히 끊기면, 먼 훗날 조상님들 앞에서 그 잘난 체통을 어찌 내세우실 작정이십니까! 저는 지난 십 년간 이미 시체나 다름없이 살아왔습니다. 그깟 피도 눈물도 없는 나무판때기가 무서워, 우리 부부에게 남은 이 마지막 희망마저 어리석게 저버리시겠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혀를 깨물고 처참하게 죽어버리겠습니다! 칠성판에 눕지 않으시겠다면, 제 시체를 눕혀 송장을 치우시지요!"

이토록 독기를 품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아내의 거친 모습은 혼인한 지 십 년 만에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순종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방구석에서 눈물만 짓던 부인이 사생결단으로 목숨을 걸고 덤벼들자, 그 기세에 눌린 최 대감도 절박함에 기가 질려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피눈물 어린 호소와 서슬 퍼런 결기에 압도된 남편은, 결국 깊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하아... 알겠소. 내가 졌소. 내 훗날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어 이 미친 짓에 동참은 하겠으나... 행여나 이 짓거리로 인해 집안에 객귀가 들거나 흉사가 닥치면 그건 모두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오."

며칠 뒤, 드디어 약속된 그믐밤이 찾아왔습니다. 달빛 한 줌조차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자정 무렵. 대감댁 마당 구석, 가장 외지고 서늘하여 평소 하인들도 가기를 꺼리는 낡은 헛간으로, 검은 천에 꽁꽁 덮인 길쭉한 나무판 하나가 비밀리에 들어왔습니다. 이씨 부인이 은밀히 장의사에게 거금을 쥐여주고 구해온, 진짜 시신을 눕혔던 흔적이 있는 칠성판이었습니다. 망자가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저승으로 무사히 가길 바라는 의미로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그 두꺼운 널빤지에서는, 흙냄새와 함께 오싹하고 비릿한 죽음의 냄새가 훅 하고 풍겨오는 듯했습니다.

헛간 안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습니다. 호롱불 하나 켜지 않은 캄캄한 어둠 속, 바닥의 짚더미 위에 덩그러니 놓인 칠성판 앞에 부부가 숨을 죽인 채 나란히 섰습니다. 두 사람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공포심에 사시나무 떨듯 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대, 대감... 시간이 되었사옵니다. 어서... 올라가시지요."

부인의 사시나무 떨리는 목소리에 최 대감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겹겹이 껴입은 옷을 하나둘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깊은 심호흡을 한 뒤, 눈을 질끈 감고 그 차가운 칠성판 위로 맨몸을 조심스레 뉘었습니다. 등허리에 닿는 나무판의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냉기와, 일곱 개의 구멍이 피부에 직접 닿는 그 기괴한 감촉에, 순간 머리끝이 쭈뼛 서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극도의 끔찍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이곳에 대체 얼마나 많은 원한 맺힌 시체들이 누워 저승으로 갔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와 호흡이 가빠졌습니다. 이어서 이씨 부인 역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남편의 곁으로 바짝 붙어 누웠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얼음장처럼 차가운 송장의 자리. 시퍼런 귀신이 당장이라도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목을 조를 것만 같은 끔찍하고 기괴한 공포 속에서, 십 년간 떨어져 있던 부부의 맨 살결이 마침내 서로 맞닿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공포와 추위로 바들바들 떨고 있던 두 사람의 몸에서, 이성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하고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4: 죽음의 자리에서 피어난 생명의 불꽃, 잃어버렸던 정욕의 폭발

칠성판 위에 나란히 맨몸으로 누운 부부는 극도의 공포와 뼛속까지 스미는 지독한 헛간의 한기에 옴달싹달싹하지 못한 채, 덜덜 떨리는 서로의 숨소리만 간신히 허공으로 내뱉고 있었습니다. 시퍼렇게 식어버린 시체들이 눕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 자신들의 맨살을 대고 있다는 끔찍한 상상, 그리고 언제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름 모를 원귀가 불쑥 나타나 자신들의 목을 옥죌지 모른다는 원초적이고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두 사람의 이성을 완벽하게 마비시키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춥고 무서운 나머지,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서로의 체온을 찾기 위해 살을 찰싹 밀착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차가운 얼음장 같은, 죽음의 냄새가 밴 칠성판 위에서 부부의 맨살이 완전히 맞닿는 순간, 지난 십수 년간 단단한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던 두 사람의 몸속에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하고도 강렬한 생명의 불꽃이 확 하고 튀어 올랐습니다.

"대, 대감..."

극도의 끔찍한 공포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원초적인 생명력과 짐승 같은 생존의 본능을 극한으로 자극하는 가장 완벽한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산속에 살던 그 늙은 무당의 기괴한 처방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죽음의 기운이 짙게 깔린 그 오싹하고 서늘한 자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육신의 가장 강렬하고 원초적인 본능이, 그동안 양반의 억압된 체통과 의무감 속에 짓눌려 완전히 죽어있던 부부의 정욕을 무서운 속도로 펄펄 끓어오르게 만든 것입니다.

최 대감은 품에 살기 위해 파고드는 아내의 바들바들 떨리는 부드러운 몸을 느끼는 순간, 지난 십 년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맹렬하고 뜨거운 사내의 거친 열망이 단전에서부터 화산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제나 점잖게 뒷짐을 지고 근엄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던 양반의 얄팍한 체면 따위는, 이 캄캄하고 무서운 헛간의 칠성판 위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가치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짐승처럼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아내의 얇은 몸을 부서져라 강하게 껴안았습니다.

"부인... 무, 무서워하지 마시오! 내가... 내가 사내로서 당신을 지킬 것이오!"

최 대감의 목소리는 평소의 근엄함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굶주린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짙고 뜨거우며 야성적이었습니다. 이씨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소 합궁을 할 때면 수치심과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몸을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히고 천장만 바라보며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고통스럽게 바랐던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습니다. 남편의 뜨거운 체온과 거칠어진 숨결이, 칠성판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세상에서 유일한 구원의 생명줄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체가 눕는 널빤지라는 극한의 공포감은 어느새 아찔하고 짜릿한 흥분으로 변하여, 온몸의 죽어있던 감각 세포들을 미친 듯이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빛 한 줌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차갑고 딱딱한 칠성판 위에서 부부는 체면과 이성을 모두 던져버린 채 짐승처럼 서로를 탐하고 부둥켜안기 시작했습니다. 평안하고 푹신한 안방의 비단 요 위에서는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거칠고 노골적이며 폭발적인 쾌락이었습니다. 양반가의 근엄한 체통도, 아이를 낳지 못해 십 년간 묵혀두었던 부부 사이의 지독한 원망과 미움도, 그 순간만큼은 뜨겁게 타오르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 속에 완벽하게 녹아내려 증발해버리고 없었습니다.

죽음의 상징인 칠성판 위에서,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가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습니다. 짐승처럼 서로를 부둥켜안고 뒹구는 부부의 격렬한 움직임에 맞추어, 칠성판이 헛간 바닥에 부딪히며 삐걱거리는 기괴한 소리가 헛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공포에 질려있던 그들에게는 이제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서로의 불덩이 같은 뜨거운 피부와 가쁜 숨결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냉전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 그날 밤 헛간에서의 합궁은 밤이 새도록 믿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하고 뜨겁게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헛간 틈새로 동이 트고 새벽 닭이 울 때쯤에야 파김치가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은 채, 그 차가운 칠성판 위에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 5: 칠성판의 기적, 쌍둥이 아들의 탄생과 뒤바뀐 부부의 일상

그날 밤, 헛간 칠성판 위에서의 기괴하고도 폭발적이었던 합궁 이후, 언제나 찬 바람이 쌩쌩 불던 최 대감댁의 공기는 완전히 딴판으로 달라졌습니다. 무덤처럼 차갑고 냉랭했던 집안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봄날의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해가 지면 사랑채에만 꽉 틀어박혀 술잔만 기울이던 최 대감은 이제 해가 채 지기도 전에 허둥지둥 안채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식상머리에서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던 부부는 이제 서로 맛있는 반찬을 올려주며 얼굴이 붉어지게 눈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하인들은 십수 년 만에 처음 보는 두 마님들의 꿀 떨어지는 다정한 모습에 "우리 대감마님이 헛간에서 귀신에 홀리신 게 분명하다"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수군거렸지만, 잿빛이던 집안에 도는 따뜻한 온기와 활기에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기적은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찾아왔습니다. 아침밥을 물리고 입맛이 없다며 연신 헛구역질을 하던 이씨 부인을 진맥하기 위해 달려온 늙은 의원이, 진맥을 짚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감격에 겨워 외쳤습니다.

"대, 대감마님! 경사, 큰 경사가 났사옵니다! 부인 마님의 맥박이 힘차게 뛰는 것이, 필시 귀하고 귀한 태아를 회임하신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것도 손끝에 전해지는 맥이 두 줄기로 이리 펄떡펄떡 힘차게 뛰는 것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건강한 쌍둥이를 품으신 듯하옵니다! 천지신명께 감사드릴 일입니다!"

그 벅찬 소리를 들은 최 대감은 양반의 체통도 모두 잊은 채 덩실덩실 마당에서 춤을 추며 통곡의 눈물을 쏟았고, 이씨 부인 역시 그토록 원망하던 남편의 품에 덥석 안겨 십 년의 한을 푸는 감격의 오열을 터뜨렸습니다. 십 년 넘게 후사의 씨가 말라 대가 끊길 뻔했던 명문 대감댁에, 그것도 한 번에 귀한 생명이 둘이나 찾아온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밤이 되자 부부는 촛불 아래서 서로를 꽉 부둥켜안고, 그날 밤 헛간에서의 오싹하고도 미치도록 뜨거웠던 칠성판을 떠올리며 몰래 얼굴을 붉혔습니다. 늙은 무당의 그 기괴하고 무서웠던 처방이 진정으로 죽어가던 두 사람의 부부의 연을 완벽하게 살려내고, 쌍둥이라는 거대한 생명을 잉태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로부터 열 달 뒤, 이씨 부인은 고통 끝에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뼈대가 굵고 건강한 사내 쌍둥이를 순산했습니다.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해 멸문지화를 걱정하던 가문에 떡두꺼비 같은 튼실한 장손이 둘이나 태어나자, 그동안 이씨 부인을 구박하던 시댁 어르신들은 물론 온 가문의 친척들이 앞다투어 몰려와 큰 잔치를 열고 축하와 값비싼 선물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씨 부인을 평생 옥죄던 칠거지악의 끔찍한 굴레와 차가운 눈초리는 단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녀는 당당하고 사랑받는 대감댁의 진짜 안방마님으로 완벽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쌍둥이 아들들의 재잘거리는 맑은 웃음소리와 마당을 아장거리는 경쾌한 발소리가 대감댁의 넓은 앞마당을 가득 채우자, 집안에는 단 하루도 웃음꽃이 지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최 대감은 밖에서 아무리 피곤하고 골치 아픈 정사를 보고 돌아와도, 버선발로 마중 나오는 아내와 아이들을 번쩍 안아 올리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잊었고, 그런 다정한 남편을 바라보는 이씨 부인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어떤 젊은 부부보다 단단하고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 6: 조선 제일의 잉꼬부부로 거듭난 두 사람, 웃음 가득한 백년해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서당에서 글공부를 시작할 무렵이 되자, 최 대감과 이씨 부인은 한양 도성 전체에서 소문난 제일의 '잉꼬부부'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서로를 철천지원수 보듯 하며 얼음장처럼 냉랭했던 과거는, 이제 그 집 하인들조차 믿지 않을 만큼 두 사람은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살뜰히 챙기고 아끼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의 질투 어린 부러움을 샀습니다.

어느 맑은 봄날, 뒷마당의 연분홍빛 벚꽃이 눈부시게 만개한 커다란 나무 아래 평상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마당에서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어노는 쌍둥이 아들들을 아주 흐뭇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최 대감이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부인의 뺨을 쓸어내리고는 그 손을 다정하게 감싸 쥐었습니다.

"부인... 참으로 꿈만 같소이다. 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이리 다정하게 마주 앉아 웃으며 차를 마시고, 저리 예쁘고 튼실한 자식들의 뛰노는 모습을 보게 될 줄 세상 뉘 알았겠소. 내 젊고 어리석은 시절, 당신의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차갑게 등 돌려 모질게 대했던 것을 내 눈 감는 날까지 평생 속죄하며 살 것이오. 날 용서해 주시구려."

이씨 부인은 수줍은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남편의 넓은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습니다.

"당치도 않으십니다, 대감. 저야말로 대감의 무거운 어깨와 마음을 몰라주고 철없이 혼자 방구석에서 원망만 했었지요. 그때 제가 체면이고 염치고 다 불고하고 헛간으로 대감을 억지로 이끌지 않았다면... 어휴, 지금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마 저는 지금쯤 산속 암자에서 머리를 깎고 울고 있었겠지요."

두 사람은 그날 밤, 캄캄한 헛간 바닥에 깔려있던 오싹한 칠성판 위에서의 기가 막힌 기억을 떠올리며 동시에 '풋' 하고 참았던 웃음을 시원하게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내 평생 사내로 살면서 그렇게 간담이 서늘하고 무서워 죽을 맛이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소. 시체 눕는 널빤지 위에서 옷을 벗으라니...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쭈뼛하고 오싹하오만, 그 끔찍했던 죽음의 공포가 아니었다면 내 안에 숨겨져 억눌려 있던 사내의 불꽃을 어찌 그렇게 화끈하게 깨울 수 있었겠소. 그 인왕산의 용한 무당에게 기와집 한 채라도 당장 사주고 싶은 심정이오."

"호호호, 저 역시 그 널빤지의 소름 끼치는 한기와 뚫린 구멍들이 맨살에 닿았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사옵니다. 허나, 그날 밤 칠성판 위에서 닿았던 대감의 그 거칠고 뜨거웠던 숨결은 제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추억이옵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기운을 빌려 생명을 잉태하는 진짜 죽음과 삶의 기막힌 조화였나 봅니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희끗희끗해질 나이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의 눈빛은, 갓 혼인한 젊은 연인 못지않게 뜨겁고 다정했습니다. 죽은 자가 눕는 가장 차갑고 불길한 자리에서, 가장 뜨겁고 격렬한 생명의 불꽃을 기적처럼 피워 올렸던 기상천외한 부부. 그날 밤의 헛간에서의 비밀스러운 합궁은 부부만이 아는 몹시도 짜릿하고 아찔한 추억으로 남아, 평생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최 대감 부부는 쌍둥이 아들들을 훌륭한 재상으로 키워내고, 늙어서도 서로의 백발을 다정히 쓸어 넘겨주며 한날한시에 손을 잡고 눈을 감을 때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완벽한 백년해로를 누렸다고 역사에 전해집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죽은 자의 칠성판 위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생명의 불꽃!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참으로 기상천외한 조선판 부부 클리닉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때로는 늘 똑같은 일상의 편안함보다, 낯설고 극한의 상황이 우리가 잃어버렸던 본능과 사랑을 화끈하게 되찾아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밤, 곁에 있는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이 유쾌한 야사를 안주 삼아 밀린 대화를 나누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흥미로운 조선 야사록이 즐거우셨다면 잊지 말고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다음에도 교과서에 없는 아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평안하고 후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