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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미인 밤마다 안아주면 『동야휘집』

조선 로맨스 2026. 6. 10. 19:42

그림 속 미인 밤마다 안아주면 『동야휘집』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외모 하나는 출중한 선비가 주워 온 낡은 미인도에서 매일 밤 절세미녀가 튀어나와 밥을 차려주고 사랑을 속삭였는데, 그녀가 억울하게 죽은 원혼임을 알고 원한을 갚아주어 하늘의 축복으로 진짜 환생한 그녀와 맺어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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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생긴 선비. 우연히 주워 온 낡은 미인도에서 매일 밤 절세미녀가 걸어 나와 진수성찬을 차려주며 그의 밤을 뜨겁게 달굽니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는 끔찍한 구렁이 요괴에게 목숨을 잃은 억울한 원혼! 과연 선비는 거대한 요괴를 물리치고 그녀와의 붉은 실을 다시 이을 수 있을까요?

※ 1: 낡은 미인도와 굶주린 밤

천지를 집어삼킬 듯 매섭게 몰아치는 섣달그믐의 삭풍이 다 허물어져 가는 초가삼간의 문풍지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위태롭게 떨리는 창호지 틈새로 살을 에이는 듯한 날선 칼바람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와, 방 안의 공기는 바깥의 엄동설한과 다를 바 없이 얼어붙어 있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골이나 다름없는 구들장 위에는, 그 흔한 솜이불 하나 없이 얇고 해진 홑이불 한 채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벌써 사흘째, 곡기라고는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 맹물로만 주린 배를 채운 사내는 파리하게 질린 입술을 달싹이며 애써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얼어붙은 손끝으로 낡은 서책의 책장을 넘기고 있었지만, 글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시야는 자꾸만 허기로 인해 흐릿해져 갔다.

'오늘도 찬물 한 모금으로 이 지독한 허기를 속여야만 하는구나. 사서삼경을 통달하고 성현의 가르침을 달달 왼들 무엇하리. 당장 내 입에 풀칠조차 하지 못하여 이리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한 알량하고 무능한 선비의 삶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 어찌 이리도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단 말인가.'

비록 뼈를 깎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 입고 있는 도포는 곳곳이 기워지고 색이 바래어 볼품없이 낡아 빠졌으나, 사내의 타고난 자태는 감히 가난이나 빈티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극히 수려하고 고귀했다. 이름난 장인이 조각칼로 정성스레 빚어낸 듯 날렵하고 기품 있는 턱선, 숯으로 그린 듯 짙고 단정한 눈썹, 그 아래로 뻗은 오뚝한 콧날, 그리고 깊은 우수에 젖어 더욱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맑고 처연한 눈동자까지. 굳게 다문 붉은 입술은 한양 도성 내의 어지간한 양반가 여인네들의 마음을 단숨에 훔치고도 남을 만큼 기가 막히게 잘생긴 사내대장부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눈부시게 수려한 얼굴 위로 지금은 지독한 가난이 남긴 짙은 그늘과 굶주림의 고통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내는 결국 쥐고 있던 낡은 붓을 바닥에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저잣거리를 헤매던 낮의 일이 떠올랐다. 꽁꽁 얼어붙은 길바닥을 걸으며 쓰레기 더미 사이를 지나치던 중,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물건 하나가 방구석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이 분명한, 낡고 빛이 바랜 족자 하나였다. 비단을 덧댄 표구는 세월의 풍파를 맞은 듯 여기저기 찢어지고 해져 있었지만, 사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그의 발길을 붙든 것은 그 낡은 족자 안에 그려진 한 여인의 애달픈 모습이었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칠흑 같은 쪽진 머리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옥비녀를 단정히 꽂고, 속살이 아련하게 비칠 듯 얇고 고운 비단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의 그림. 치맛자락을 살포시 쥐고 있는 가녀리고 고운 손끝의 묘사나,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애달픈 눈물을 툭 떨굴 것만 같은 처연하고도 깊은 눈망울은 한낱 붓으로 그려낸 것이라 믿기 힘들 만큼 생동감이 넘치고 정교했다. 마치 그림 속에 진짜 살아 숨 쉬는 여인의 혼이 갇혀서, 자신을 이 차가운 거리에서 구원해달라 간절히 애원하는 것만 같은 기이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애절한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사내는 얼어붙은 손으로 족자를 품에 안고 이 누추한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사내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손길로 그 낡은 미인도 위로 내려앉은 뽀얀 먼지를 툭툭 털어내었다. 그리고는 이 외풍 심한 초가집 안에서 그나마 가장 찬바람이 덜 드는, 자신의 잠자리 바로 머리맡 벽 한가운데에 정성스레 족자를 걸어두었다.

"그대도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구려. 이리도 아리따운 자태와 기품을 지니고서, 하필이면 나처럼 빈궁하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무능한 자의 얼어붙은 방 안으로 오게 되다니. 내가 돈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땔감을 넉넉히 사서 따뜻한 구들장에 그대를 모시고, 귀하고 번듯한 표구라도 새로 내어 주었을 터인데. 내 처지가 이리 한심하고 초라하니 그저 그대에게 미안할 따름이오. 부디 이 누추한 곳이라도 노여워하지 마시오."

물론 그림 속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아련하고 촉촉한 눈빛으로 가난한 선비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꼬르륵거리며 창자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배를 움켜쥔 채, 사내는 쓸쓸한 쓴웃음을 지으며 딱딱한 자리표 위에 앙상한 몸을 뉘었다. 뼈마디 속까지 파고드는 지독한 추위에 저절로 몸이 새우처럼 웅크려졌지만, 왠지 모르게 벽에 걸린 저 아름다운 여인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얼어붙었던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훈훈해지는 듯했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굶주림이 극에 달하니 이제는 헛것이 보이고 헛생각마저 드는 모양이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 종이 쪼가리에 그려진 여인에게 위로를 받다니... 내 신세도 참으로 처량하기 그지없구나.'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스르르 감기는 무거운 눈꺼풀 너머로, 찢어진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희미하고 푸르스름한 달빛이 낡은 미인도 위로 고요히 내려앉았다. 그 순간, 푸른 달빛을 머금은 그림 속 여인의 얇은 치맛자락이 바람도 없는 방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일렁인 것 같았다. 마치 그림 속에서 숨을 쉬듯 여인의 붉은 입술에 희미한 생기가 도는 듯했지만, 사흘 밤낮을 굶주려 지독한 피로와 허기에 지친 사내는 그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새도 없이 이미 깊고 무거운 수마의 늪으로 빠져들고 난 후였다. 차디찬 얼음장 같은 방 안, 벽에 걸린 낡은 미인도만이 고요한 어둠을 가르고 푸른 달빛 아래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빛을 뿜어내며 밤을 지키고 있었다.

※ 2: 그림에서 나온 여인

얼마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사내의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진하고 고소한 음식 냄새가 차가웠던 방 안의 공기를 밀어내며 구석구석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가마솥에서 갓 지어낸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의 달콤한 단내,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짐승 고기의 기름지고 고소한 향기, 그리고 갖은 재료를 듬뿍 넣어 깊게 우려낸 맑은 국의 구수한 냄새까지. 이것은 도저히 눈 씻고 찾아봐도 먹을 것이라곤 없는 이 가난한 초가삼간에서는 절대로 날 수 없는, 궁궐의 수라상이나 양반가의 잔칫상에서나 맡을 법한 진수성찬의 향취였다.

'이젠 아예 꿈에서조차 잔칫상을 떡하니 받는구나. 어지간히도 굶주렸던 모양이다. 이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이 지독한 허기가 몇 배는 더 고통스럽게 밀려올 터인데... 차라리 깨지 않고 이 꿈속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구나.'

하지만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하고 짙었다. 게다가 피부에 닿는 방 안의 공기는 어찌 된 영문인지 더 이상 얼음장처럼 차갑지 않았다. 마치 아궁이에 장작을 잔뜩 집어넣고 온돌을 활활 땐 것처럼 훈훈하다 못해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천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린 사내는, 자신의 맑은 눈앞에 펼쳐진 기적 같은 광경에 헉 하고 숨을 멎고 말았다.

머리맡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낡은 소반 위에는 사내가 평생 단 한 번도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화려한 산해진미가 빈틈없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방안을 채웠고, 그 풍성한 밥상 너머로 촛불의 은은하고 붉은 불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 아름다운 여인이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단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게 빗어 넘긴 칠흑 같은 쪽진 머리, 어둠 속에서도 백옥처럼 희고 고운 살결, 그리고 안의 고운 속살이 비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고 얇은 연분홍빛 비단 저고리. 방금 전까지 자신의 머리맡 벽에 걸려 있던 미인도 속의 바로 그 여인이 분명했다. 너무도 놀란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니, 벽에 걸린 낡은 족자 안은 텅 비어버린 채 그저 누렇게 바랜 종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제야 눈을 뜨셨습니까, 서방님. 사흘이나 곡기를 끊으시어 많이 시장하실 터이니, 놀라지 마시고 어서 수저를 드시지요."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청아하면서도, 듣는 이의 마음을 간지럽히듯 묘하게 색기가 흐르는 나긋나긋한 음성이었다. 사내는 눈앞에 벌어진 믿기 힘든 요지경에 당황하여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여인이 사뿐사뿐 다가와 사내의 넓은 가슴을 부드럽고 가녀린 손길로 쓰다듬으며 만류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사내의 몸에 닿은 곳마다, 마치 작은 불꽃이 이는 듯 뜨거운 열기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입니까? 낭자는 뉘시며, 어찌 벽에 걸린 낡은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단 말입니까? 내가 정녕 굶주림에 미쳐버려 요망한 환상을 보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죽어 저승의 문턱에 서 있는 것입니까!"

"어찌 환상이라 하십니까. 이리도 생생한 현실인 것을요. 그저 차갑고 외로운 길바닥에 버려져 있던 가엾은 저를, 이리 따뜻한 방 안으로 거두어 주시고 다정하고 고운 말표를 건네주신 서방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잠시 속세의 몸을 빌려 이리 밥상을 내온 것이지요. 자, 말씀을 거두시고 어서 아 하셔요."

여인이 옥 같은 손으로 은수저를 들어,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육즙이 흐르는 고기 한 점을 먹음직스럽게 얹어 사내의 파리한 입가로 가져왔다. 홀린 듯 저절로 입을 벌려 그 고기를 씹어 삼키자, 따뜻하고 풍부한 고기의 육즙과 단맛이 텅 빈 속을 포근하게 달래며 사내의 온몸에 찌릿한 생기를 불어넣었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혀끝에 닿는 황홀한 감칠맛도,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여인의 촉촉하고 깊은 눈망울도, 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하고도 매혹적인 매화 향기도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짙은 현실이었다.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상을 모두 비워낸 사내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열띤 눈빛으로 제 앞의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텅 비었던 배가 든든하게 부르자, 이제는 생존을 위한 굶주림에 가려져 깊이 잠들어 있던 사내 내면의 뜨거운 사내로서의 본능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은 필설로 다할 수 없이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얇은 비단 저고리 너머로 둥글고 매끄러운 어깨선과 봉긋한 가슴의 곡선이 아찔하게 비쳤고, 방 안의 열기 때문인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복숭아빛 뺨과 앵두같이 붉고 도톰한 입술은 당장이라도 다가가 탐하고 싶을 만큼 짙고 강렬한 유혹을 훅훅 풍기고 있었다.

'내 짧지 않은 평생을 살아오며 이토록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마음을 흔드는 여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설령 이것이 외로운 선비를 꾀어내어 정기를 빨아먹으려는 요물의 끔찍한 장난이라 해도 좋다. 이 밤이 지나고 내일 아침 싸늘한 주검이 된다 하여도, 기꺼이 내 목숨을 이 여인에게 내어주리라.'

사내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커다란 손을 뻗어 여인의 곱고 부드러운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여인은 사내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얼굴을 사내의 넓은 손바닥에 고양이처럼 부비며 달콤하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작고 뜨거운 숨소리가 이성이라는 이름의 위태로운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밤이 무심하게 지나고 날이 밝으면, 그대는 다시 저 차가운 그림 속으로 영영 사라지는 것이오? 만약 그렇다면... 내 이 황홀한 밤이 영원히 깨지 않도록, 지금 당장 그대를 내 품에 꽉 안고 결코 놓아주지 않을 작정이오."

"서방님께서 진정 저를 원하신다면... 저는 매일 밤 달이 뜰 때마다 어김없이 서방님의 품으로 찾아와 안길 것입니다. 제 모든 것을 서방님께 바치겠으니, 기꺼이 저를 안아 가지셔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의 억세고 단단한 팔이 여인의 가는 허리를 강하게 감아당겼다. 화들짝 놀란 여인의 몸이 사내의 넓은 가슴에 빈틈없이 밀착되었고, 방 안을 밝히던 촛불이 요란하게 일렁이며 두 사람의 짙은 그림자가 방벽에 어지럽게 뒤엉켰다. 사내의 뜨겁고 갈급한 입술이 여인의 붉고 부드러운 입술을 짐승처럼 거칠게 탐했고, 이내 달콤하고 뜨거운 타액이 얽히며 질척이는 농밀한 숨소리가 고요했던 방안의 적막을 깨트렸다.

여인의 가녀리고 하얀 손가락이 사내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내 상투를 조심스레 풀어내리자, 묶여있던 길고 검은 머리칼이 폭포수처럼 사내의 늠름한 어깨 위로 쏟아져 내렸다. 사내 역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독한 갈증에 휩싸여, 여인의 고운 옷고름을 단숨에 풀어헤치고 저고리를 벗겨내었다. 스르륵, 피부를 스치는 얇은 비단 치맛자락마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리고, 마침내 방 안의 공기마저 멈추게 할 만큼 백옥같이 눈부시고 결점 없는 여인의 완벽한 나신이 사내의 눈앞에 온전히 드러났다.

"아아... 서방님... 조금만 천천히..."

여인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달갑고도 달뜬 신음은 사내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완전히 끊어놓기에 충분했다. 사내는 며칠을 굶주린 짐승처럼 거칠고도 뜨거운 몸짓으로 여인의 하얀 목덜미에 깊게 입을 맞추고, 부드러운 살결을 핥고 강하게 빨아들이며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 붉고 선명한 각인을 새겨나갔다. 억세고 거친 사내의 손길과 그에 호응하며 몸을 비트는 여인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짓이 하나로 뜨겁게 엉켜 붙으며, 어젯밤까지만 해도 차갑고 죽어있던 초가삼간은 어느새 터질 듯한 열락과 농밀하고 짙은 애욕의 냄새로 빈틈없이 가득 찼다. 살과 살이 강하게 부딪히는 찰진 마찰음과 숨이 넘어갈 듯 거친 남녀의 교성만이, 밝아오는 새벽빛도 잊은 채 밤이 새도록 좁은 방안을 울리고 또 울렸다.

※ 3: 미녀의 눈물과 구렁이 요괴

그 운명적이고도 관능적이었던 첫날밤 이후, 사내의 초라하고 쓸쓸했던 초가삼간은 매일 밤마다 은밀하고도 황홀한 극락의 세계로 변모했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고 창호지 위로 푸른 달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미인도 속의 여인은 언제나 어김없이 그 아름답고 고운 자태로 걸어 나와 굶주린 사내를 위해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진수성찬을 한가득 차려주었다. 배불리 밥술을 물리고 상을 치우고 나면, 두 사람은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밤이 새도록 서로의 뜨거운 육신을 탐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지독하고 깊은 쾌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가난의 굴레 속에서 춥고 고단하기만 했던 사내의 메마른 삶은 그림 속에서 온 이 신비로운 여인으로 인해 완벽하게 구원받은 듯했다. 사내는 단순히 밤마다 그녀의 육신을 취하는 것을 넘어, 점차 그녀의 다정함과 따뜻한 심성에 미칠 듯이 빠져들었고, 이윽고 그녀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깊이 연모하게 되었다.

'이토록 어여쁘고 다정한 여인과 평생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내 그토록 매달리던 벼슬길도, 입신양명의 꿈도 모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다. 밤에만 숨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밝은 대낮에도 내 곁에 나란히 앉아 함께 웃고 떠들며 평범한 지아비와 지어미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깊어지는 사내의 연정과는 달리, 여인은 언제나 동이 트고 새벽닭이 울기 직전이면 말할 수 없이 서글프고 애처로운 눈빛을 한 채 사내의 따뜻한 품을 빠져나가, 허상의 연기처럼 족자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사내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가지 말라 애원하며 눈물을 보여도, 그녀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슬픈 미소만을 남길 뿐이었다.

어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깊은 밤, 폭풍처럼 거센 쾌락이 두 사람의 몸을 휩쓸고 지나간 뒤 사내는 땀에 젖은 여인을 소중히 품에 안은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때, 사내의 넓고 단단한 가슴 위로 차갑고 축축한 물방울이 툭,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처음엔 새는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뜬 사내는, 제 품에 안겨 가녀린 어깨를 잘게 들썩이며 숨죽여 서럽게 울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낭자, 대체 어찌하여 이리 구슬피 우시는 게오? 혹여 방금 전 나의 손길이 너무 거칠어 고운 몸에 상처라도 입었단 말이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새에 낭자의 마음에 상처를 줄 만한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단 말이오!"

사내가 당황하여 거친 손으로 여인의 눈물을 다급히 닦아주려 했지만, 여인은 오히려 사내의 넓은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며 애달프고 서러운 목소리로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어찌 서방님 탓을 하겠습니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서방님. 그저 서방님의 이 너르고 다정한 품이 너무도 따뜻하고, 서방님과 함께하는 이 밤의 순간순간들이 제게는 참으로 벅차게 행복하여... 살아생전에도 받아보지 못한 이토록 온전하고 깊은 은애를 받는 것이 처음이라, 도무지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꾸는 것만 같아 그 덧없음에 서러운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덧없다니,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이오! 나 역시 그대 없는 삶은 단 하루도 상상할 수 없게 되었소. 우리 이리 밤에만 도둑처럼 만날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물을 떠놓고 혼례를 올려 평생의 백년해로를 약조합시다. 내 비록 지금은 가진 것 하나 없는 무능하고 가난한 선비지만, 뼈가 부서져라 일해서라도 내 평생 그대의 고운 손에 물 한 방울, 흙 한 줌 묻히지 않게 애지중지 아끼며 살겠소!"

사내의 진심 어린 절절한 고백에 여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더욱 구슬피 통곡하며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었다.

"서방님... 서방님의 그 깊고 따뜻한 마음만은 이 천첩의 가슴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허나... 사실 저는 서방님과 혼례를 올릴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산 사람이 아닙니다. 제 본래의 육신은 이미 수년 전에 끔찍한 괴물의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 이 세상에 흩어졌고, 지금 서방님의 품에 안긴 저는 그저 깊은 원한과 피눈물에 사로잡혀 저승에 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한낱 가엾은 혼령에 불과합니다."

사내의 맑은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 귀신이라니. 이토록 제 품에 안겨있는 몸의 살결이 부드럽고, 가슴에 맞닿은 체온이 뜨거우며, 입술 사이로 뱉어내는 숨결이 이리도 달콤한데 귀신일 리가 없었다.

'내 품에 안겨 이리도 서럽게 우는 아름다운 여인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라니... 도대체 과거에 어떤 모진 풍파를 겪었기에 죽어서도 하늘로 가지 못하고 이토록 깊은 한이 맺혔단 말인가!'

여인은 붉게 짓무른 눈시울을 애써 들어 올리며, 굳게 닫아두었던 끔찍하고 참혹했던 과거의 기억을 입 밖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저는 본디 남부러울 것 없이 화목한 어느 양반가의 무남독녀 규수였습니다. 사랑받으며 평범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깊은 칠흑산 속에서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수백 년을 묵어 영악해질 대로 영악해진 거대하고 끔찍한 구렁이 요괴 한 마리가, 우연히 숲을 지나던 제 모습을 보고 미색을 탐하여 마을로 내려왔지요. 집채만 한 몸집에 붉은 눈을 번뜩이며 갈라진 뱀의 혀를 날름거리던 요괴는, 당장 저를 자신의 첩으로 내어달라 협박했습니다. 아버님은 분노하여 호통을 치며 가노들을 모아 그 괴물에게 맞서셨지만..."

여인의 하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녀의 공포를 덜어주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더욱 꽉 끌어안고 다독였다.

"그 끔찍한 구렁이 요괴는 분노하며 쩍 벌린 입에서 새카맣고 역겨운 맹독의 기운을 뿜어내어, 덤벼드는 저희 일가친척과 노비들의 목을 단숨에 모조리 물어 뜯고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비명 소리가 온 집안을 덮었고, 아름다웠던 기와집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가족들의 붉은 핏물이 시냇물처럼 마당을 적시며 흘렀습니다. 피비린내 속에서 요괴는 도망치던 저를 그 굵고 미끈거리는 몸뚱이로 칭칭 감아 뼈가 으스러지도록 숨통을 조이고는, 끝내 제 어여쁜 육신마저 끔찍하게 유린하고 삼켜버렸습니다. 제가 죽기 전, 아버님께서 절 몹시도 아끼고 그리워하며 정성스레 그리셨던 저 낡은 미인도에 제 억울하고 원통한 피눈물 섞인 혼이 깃들어 그림 속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여인의 눈에서 투명했던 눈물 대신 소름 끼치도록 붉은 핏빛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사내의 가슴을 적셨다.

"그 악독한 요괴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살을 취한 채, 지금도 칠흑산 깊고 어두운 동굴에 똬리를 틀고 앉아 이무기가 되어 용으로 승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그 요괴가 그토록 원하던 승천을 하여 하늘로 날아오르게 되면... 그 놈의 더러운 배 속에 갇혀 억울하게 죽어간 저와 제 불쌍한 가족들의 혼령은 영원히 저승 문을 밟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다 고통 속에서 소멸하고 말 것입니다. 저는 양기가 충만한 사내의 기운을 빌려야만 밤에 겨우 실체를 가질 수 있기에, 염치 불고하고 서방님의 그 맑고 곧은 양기를 빌려 제 원수를 갚고 복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사내의 품에서 빠져나와 차가운 방바닥에 엎드려 그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제 본심을 숨기고 서방님을 속이고 이용하려 했다 저를 손가락질하며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허나 제발... 이 가엾은 원혼의 사무치는 한을 풀어주소서. 서방님의 손으로 그 짐승만도 못한 요괴의 목을 쳐주신다면, 이 은혜는 제 혼이 흩어지더라도 내세에서라도 개나 소, 말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사내의 무릎 위에 놓인 두 주먹이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어졌다. 자신을 꾀어내어 이용했다는 배신감 따위는 머릿속에 털끝만큼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이 아름답고 여린 여인과 그녀의 가족들을 그토록 처참하고 잔인하게 짓밟은 구렁이 요괴를 향한, 당장이라도 화산처럼 폭발할 듯 끓어오르는 거대한 분노만이 그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토록 맑고 어여쁜 여인을, 이토록 착하고 다정한 내 사람을 그토록 비참하게 찢어발기다니. 하늘이 그 요괴의 죄를 용서한다 해도, 내 결단코 그놈을 살려두지 않으리라! 내 목숨과 맞바꾸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그놈의 숨통을 끊어놓겠다.'

사내는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는 여인의 가녀린 어깨를 단단히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의 핏빛 눈물에 젖은 창백한 뺨에 뜨겁게 입을 맞추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결연하고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우시오. 내 비록 평생 붓만 쥐고 살아와 칼자루 한번 제대로 쥐어본 적 없는 유약하고 볼품없는 선비이나, 사랑하는 그대의 억울함을 씻어주기 위해 기꺼이 내 하나뿐인 목숨을 저 칠흑산의 제물로 걸겠소.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이 집을 떠나 당장 그 요괴가 숨어 있는 굴로 쳐들어가, 놈의 배를 가르고 놈의 심장에 칼을 꽂아 그대의 억울한 한을 남김없이 풀어주리다!"

※ 4: 목숨을 건 복수의 다짐

무심하게도 짧았던 밤이 지나고,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창호지 너머로 어스름한 푸른 새벽빛이 스며들자, 사내의 단단한 품에 안겨 밤새도록 피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던 여인의 아름다운 육신이 옅은 안개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사내는 사라져가는 그녀를 어떻게든 붙잡으려 두 팔에 힘을 주어 꽉 끌어안았지만, 그의 거칠고 커다란 손은 허무하게도 차가운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여인은 마지막으로 사내의 뺨에 애처로운 입맞춤을 남기고는, 이내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되어 벽에 걸린 낡은 미인도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텅 빈 방안, 온기가 가시지 않은 자리표 위에 홀로 남겨진 사내는 벽에 걸린 족자를 말없이 어루만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아련해 보였던 그림 속 여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을 툭 떨굴 듯 지독하게 애처롭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했다.

'기다리시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설령 내 사지가 찢기고 뼈가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요괴의 목을 베어 그대와 그대 가족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줄 것이오. 비록 내 목숨이 저 음산한 칠흑산 골짜기에 이름 없는 짐승의 먹이로 버려진다 해도 결단코 후회는 없소. 당신 없는 세상은 어차피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사내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마루 밑으로 향했다. 두꺼운 먼지와 거미줄이 뒤엉킨 어두운 마루 밑 구덩이 속에서 그가 조심스레 꺼낸 것은, 두꺼운 무명천에 겹겹이 싸인 길고 묵직한 물건이었다. 천을 벗겨내자 녹이 슬고 이가 빠져 볼품없는 낡은 장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지금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능한 선비로 전락하여 붓이나 쥐고 사는 신세가 되었으나, 사내의 조부는 한때 변방에서 오랑캐의 목을 베며 나라를 지키던 몹시도 용맹무쌍한 무관이었다. 조부의 피가 혈관 깊은 곳에서 깨어나는 듯, 장검을 쥐는 사내의 손아귀에 무서운 힘이 들어갔다. 사내는 마당 한구석에 굴러다니던 거친 숫돌을 가져와 찬물을 끼얹어가며 밤이 새도록 검을 갈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는 쇳소리가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칼날이 시퍼렇게 살기를 띠며 번쩍일 때까지 검을 가는 사내의 맑은 눈동자에는 두려움 따위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사랑하는 여인을 짓밟은 괴물을 향한 서릿발 같은 살기와 굳건한 결의만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날이 완전히 밝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사내는 기운 도포 자락을 단단히 여미고 장검을 등에 멘 채 비장한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가 향하는 곳은 대낮에도 음기가 짙게 깔려 있어 마을의 사냥꾼이나 심마니조차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는 죽음의 산, 칠흑산이었다. 산의 초입부터 하늘을 가릴 듯 빽빽하게 솟은 거대한 고목들이 한 줌의 햇빛조차 허락하지 않아, 숲속은 마치 한밤중처럼 어둡고 스산한 기운을 매섭게 내뿜고 있었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 소리조차 누군가의 비명처럼 기괴하게 메아리치는 깊고 험한 산길을, 사내는 오직 한 여인을 향한 끓어오르는 연모의 정과 짐승을 향한 분노만을 유일한 나침반 삼아 묵묵히 기어올랐다.

가파르고 험악한 산등성이를 몇 개나 넘고, 가시에 찔려 도포가 찢어지고 살갗에서 피가 배어 나왔을 무렵이었다. 코끝을 마비시킬 듯 지독하고 썩어 문드러진 피비린내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거대한 짐승과 사람의 하얀 백골들이 산더미처럼 즐비하게 쌓여 있는 거대한 동굴 입구가 사내의 눈앞에 나타났다. 동굴 안에서는 뼈를 얼어붙게 만드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기괴하고 둔탁한 숨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쉬익, 쉬이익. 그것은 수백 년을 묵어 사람의 피육을 탐한 사악한 요괴가 똬리를 틀고 앉아 내뿜는 역겨운 독기의 소리였다. 사내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품속에서 정성스레 접힌 붉은 부적 하나를 꺼내어 자신의 시퍼런 검신에 단단히 동여매었다. 그것은 어젯밤, 여인이 엎드려 통곡하며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혼의 기운을 깎아내어 위태로운 사내를 지키고자 불어넣어 준 눈물겨운 호신부였다.

"이 요망하고 사악한 축생아! 어디서 감히 죄 없는 사람들의 피와 살을 뜯어먹고 천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감히 용으로 승천하기를 꿈꾼단 말이냐! 내 오늘 반드시 네놈의 그 더러운 배를 갈라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들의 한을 풀고, 네놈의 그 역겨운 야욕을 영원히 끊어놓겠다! 당장 기어 나오너라!"

죽음을 각오한 사내의 쩌렁쩌렁한 호통 소리가 깊은 동굴 안의 어둠을 매섭게 갈랐다. 그 순간, 칠흑같이 짙은 어둠 속에서 집채만 한 두 개의 시뻘건 불덩이가 번쩍하고 눈을 뜨더니, 거대한 바위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끔찍한 굉음과 함께 구렁이 요괴가 마침내 그 소름 끼치는 진면목을 드러냈다. 성인 장정 스무 명이 팔을 벌려도 감히 안지 못할 만큼 거대하고 끔찍한 몸집에, 쇠붙이처럼 단단하고 징그러운 비늘 사이사이로 시커먼 독기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구렁이는 흉측하게 갈라진 붉은 혀를 길게 날름거리며, 마치 제 발로 굴러들어온 한낱 가냘픈 먹잇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내를 오만하게 노려보았다.

'크기가 정녕 산만 한 괴물이구나. 내 평생 이리도 끔찍하고 거대한 기운은 본 적이 없다. 허나, 저 더러운 이빨로 내 사랑하는 이의 여린 살을 찢고 그 고운 얼굴을 짓밟았을 저놈의 주둥이를 보니, 공포와 두려움보다는 이빨을 부숴버리고 싶은 미칠 듯한 분노가 온몸의 피를 끓게 하는구나.'

구렁이가 쩍 벌린 거대한 입에서 역겨운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시커먼 독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오며 사내의 전신을 매섭게 덮쳤다. 사내는 재빠르게 땅바닥을 구르며 치명적인 독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함과 동시에, 요괴의 거대한 몸통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장검을 내리쳤다. 챙!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쇳덩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반동이 일며 검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요괴의 비늘은 두꺼운 강철 갑옷처럼 단단하여 평범한 검격으로는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사내가 당황한 찰나, 구렁이가 아름드리나무통보다 굵은 거대한 꼬리를 채찍처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쾅 하는 파열음과 함께 사내는 가을날의 가랑잎처럼 맥없이 튕겨 나가 동굴 벽의 날카로운 바위에 무참히 처박혔다. 입에서 뜨겁고 붉은 선혈이 왈칵 터져 나와 턱을 타고 흘렀지만,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사내는 비틀거리며 다시 악착같이 일어나 검을 고쳐 쥐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오직 그녀의 원한을 갚고 그녀를 구원해야 한다는 처절한 일념 하나만이 그의 찢어진 육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 5: 요괴의 최후와 이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를 토하는 사내의 나약한 꼴이 가소롭다는 듯, 구렁이 요괴는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사내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놓기 위해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왔다. 사람의 몸통 따위는 단숨에 꿰뚫어 버릴 만큼 날카롭고 시퍼런 독니가 사내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려는 찰나였다. 죽음이 눈앞에 닥친 그 절체절명의 순간, 사내가 꽉 움켜쥐고 있던 장검의 칼자루에 동여매어 두었던 붉은 부적에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눈부신 푸른 빛이 태양처럼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림 속 여인이 사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영혼마저 소멸시킬 각오로 담아둔 순수하고도 강력한 영력이었다. 그 눈부신 푸른 영력의 빛이 구렁이의 시뻘건 두 눈을 정통으로 꿰찌르자, 천하를 두려워하지 않던 요괴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귀를 찢는 듯한 괴성을 내질렀다. 시야를 상실한 요괴가 거대한 몸통을 미친 듯이 이리저리 휘두르며 동굴 벽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이다! 저놈이 고통에 차 허둥대는 지금, 저 단단한 비늘 아래 유일하게 감춰진 목 밑의 급소를 찔러야만 한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놈의 심장을 도려내리라!'

사내는 갈비뼈가 부러져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 모든 고통을 초인적인 의지로 억누른 채 피투성이가 된 발로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평생 글만 읽던 선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날렵하고 투지에 찬 도약이었다. 그는 온몸에 남은 마지막 양기와 기력을 모조리 검 끝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허공에서 몸을 돌려, 붉은 빛이 맥박 치듯 새어 나오는 구렁이의 턱 밑, 비늘이 덮이지 않은 연한 심장 부위를 향해 자신의 체중을 모두 실어 장검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푸욱! 끔찍하고도 통쾌한 파열음과 함께, 예리한 칼날이 요괴의 두꺼운 가죽과 근육을 뚫고 들어가 놈의 시커먼 심장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버렸다. 그 순간, 뜨겁고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시커먼 피가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분출되며 사내의 창백한 얼굴과 낡은 도포 자락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였다.

심장이 꿰뚫린 구렁이는 칠흑산을 뒤흔드는 엄청난 단말마의 괴성을 지르며 그 거대하고 끔찍한 몸통을 사방으로 미친 듯이 뒤틀며 발악했다. 산 전체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릴 듯한 엄청난 진동과 흙먼지가 일었고, 마지막 발악으로 휘두른 요괴의 꼬리에 정통으로 맞은 사내는 피를 토하며 멀찌감치 튕겨 나가 차가운 흙바닥에 무참히 나뒹굴었다. 의식이 끊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사내는 눈을 부릅뜨고 요괴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한참을 지진이 난 듯 요동치며 주변의 바위들을 박살 내던 거대한 구렁이는, 마침내 코에서 시커먼 독안개를 토해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지축을 흔드는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단 한 줌의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수백 년간 사람의 피를 탐하며 승천을 꿈꾸던 악독한 요괴의 질기디질긴 숨통이 마침내 한낱 가난한 선비의 칼끝에 완벽하게 끊어진 것이다.

사내는 온몸의 뼈마디가 모조리 부서질 듯한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뜨거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그때였다. 산처럼 쌓인 구렁이의 끔찍한 시체 위로, 티 없이 맑고 은은한 푸른빛과 따스한 금빛이 섞인 아름다운 빛무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영롱한 빛은 허공에서 서서히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가더니, 이내 사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미인도 속 여인의 어여쁜 형상으로 온전히 빚어졌다. 지독한 원한과 핏빛 슬픔의 굴레에서 마침내 벗어난 여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눈부시며 평온해 보였다. 반투명하게 빛나는 영체의 몸으로 그녀는 천천히 허공을 유영하듯 사내에게 다가와, 엉망으로 피투성이가 된 사내의 상처 입은 뺨을 너무도 소중하고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서방님... 나의 은인이시자 하나뿐인 낭군님. 서방님께서 기어이 목숨을 걸고 저와 제 불쌍한 가족들의 뼈에 사무친 깊은 원한을 이리 말끔히 풀어주셨군요. 이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은혜를, 비천한 이 혼백이 어찌 다 갚으오리까."

"그대... 나의 사랑하는 낭자. 이제 억울한 한이 모두 풀렸으니 어찌 되는 것이오? 짐승은 죽었고 그대의 원통함은 씻겨 나갔으니, 이제 나와 함께 그 미인도가 있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평생을 함께하며 백년해로를 해야 하지 않소... 내가 그대를 굶기지 않고 행복하게 해 주겠소..."

사내는 덜덜 떨리는 피 묻은 손을 애타게 뻗어 허공에 떠 있는 여인을 제 품에 꽉 안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야속하게도 아무런 촉감도 느끼지 못한 채 빛무리를 통과하여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여인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투명하고 밝게 빛나며, 이제 이승을 떠나 높은 하늘로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내의 애달픈 눈에서 굵고 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툭툭 떨어져 내려 피 묻은 뺨을 타고 흘렀다.

"울지 마셔요, 나의 낭군님. 서방님의 그 크고 고귀한 사랑과 희생 덕분에, 저는 이제 구천을 떠도는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 온전히 빛을 따라 하늘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지독하게 엇갈린 이승에서의 연은 애석하게도 여기까지이나... 제 혼백이 하늘의 은덕을 입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환생의 기회를 얻는다면, 내세에서는 제가 반드시 먼저 서방님을 찾아가 이 갚을 수 없는 깊은 은애를 제 모든 것을 바쳐 갚을 것입니다."

"안 되오... 이리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소! 내 평생 그대만을 내 유일한 정인으로 품고 살아왔는데,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이가 그대인데 어찌 나만 홀로 남겨두고 가신단 말이오!"

"부디 제 몫까지 강건하게 살아주셔요. 그리고 제가 매일 밤 정성을 다해 차려드렸던 그 따뜻한 밥상처럼, 남은 생은 늘 따뜻하고 든든하게, 누구보다도 귀하고 훌륭하게 뜻을 펼치며 살아가시길... 영원히, 영원히 서방님을 은애하겠습니다."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미소와 함께, 사랑한다는 마지막 속삭임을 남긴 채 한 줄기 부드러운 바람이 되었다. 그녀의 영혼은 칠흑 같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찬란한 별빛 속으로 스며들어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사내는 홀로 텅 빈 피비린내 나는 숲속에 주저앉아, 허공에 흩어진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짐승처럼 목놓아 부르며 밤이 새도록 처절하게 오열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한 사내의 찢어질 듯한 절규만이, 칠흑산의 고요하고 차가운 어둠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며 구슬프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 6: 하늘의 축복, 그리고 환생

피비린내 나는 칠흑산에서의 처절한 사투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영원한 이별의 순간으로부터, 어느덧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갔다. 목숨을 걸고 요괴를 물리친 뒤 텅 빈 가슴을 안고 마을로 돌아온 사내는, 슬픔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는 대신 하늘로 떠난 여인이 남긴 마지막 당부를 가슴 깊이 새겼다. '늘 따뜻하고 든든하게, 귀하고 훌륭하게 뜻을 펼치며 살아가라'던 그녀의 애달픈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마다, 사내는 눈물을 삼키며 책을 펼쳤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학문에 매진했다. 잠이 오면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고, 추위와 굶주림이 몰려올 때면 벽에 걸린 텅 빈 미인도를 바라보며 그녀와의 추억으로 배를 채웠다. 그 모진 인고의 세월 끝에, 그는 마침내 치열한 과거 시험에서 당당히 장원 급제하는 영광을 안았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맹물로 끼니를 때우던 남루한 선비는, 어느덧 임금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붉은 관복을 위풍당당하게 차려입고 한양 도성에 입성한 젊고 패기 넘치는 어사또가 되어 있었다. 그는 특유의 강직함과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씨로 도처의 탐관오리를 징벌하여, 만백성의 칭송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훌륭한 관리가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공과 사람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깊은 한구석은 늘 시린 겨울처럼 차갑게 비어 있었다. 아무리 높은 벼슬에 오르고 조정의 하사품으로 많은 재물을 얻어도, 수많은 양반가에서 탐나는 사윗감으로 중매를 넣어와도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어떤 화려한 비단옷과 기름진 산해진미도, 매일 밤 낡고 차가운 초가집에서 눈부신 미소로 자신을 반겨주며 따뜻한 진수성찬을 내어주던 그 여인의 따뜻한 온기만큼은 결코 채워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그 누렇게 바랜 낡고 텅 빈 미인도를 침소의 가장 귀한 자리에 소중히 걸어두고는, 매일 밤 그림을 쓰다듬으며 평생 홀로 그녀의 기억만을 안은 채 그리워하며 살기로 굳게 다짐했다.

어느 화창하고 눈부신 봄날이었다. 암행을 나가 백성들의 고충을 두루 살피고 다시 도성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길가에는 연분홍빛 복사꽃과 벚꽃이 만발하여 춘풍을 타고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따스한 봄볕이 세상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말 위에 올라탄 어사또의 눈빛만큼은 봄의 생기 속에서도 여전히 깊은 우수에 잠겨 있었다. 그때, 앞쪽에서 꽃길을 따라 내려오던 화려한 치장의 양반가 가마 한 대가 좁은 길을 비켜서려다 그만 덜컹거리며 길가에 멈춰 섰다. 가마꾼들이 가마를 고쳐 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얇고 고운 비단 휘장 너머로 호기심 어린 손길이 휘장을 걷어내며 한 여인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연분홍 치맛자락, 단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게 빗어 넘긴 칠흑 같은 쪽진 머리, 희고 고운 백옥 같은 살결,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방이라도 투명한 눈물이 맺힐 듯 처연하고도 맑고 깊은 눈망울. 말을 타고 그 곁을 지나치려던 사내는, 가마 속에서 고개를 내민 그 여인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마치 심장이 벼락을 맞은 듯 철렁 내려앉으며 멎어버리는 듯했다. 가마 속의 그 젊고 아름다운 규수는, 3년 전 추운 겨울밤 낡은 미인도에서 마법처럼 걸어 나와 가난하고 외롭던 자신을 품어주고, 칠흑산의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이 되어 허망하게 흩어졌던 바로 그 여인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너무도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사내는, 무엇에 홀린 듯 저절로 말에서 내려 비틀거리며 가마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마 속의 여인 역시 창밖의 사내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명망 높은 양반가의 규수라면 응당 낯선 사내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여 재빨리 휘장을 내리는 것이 법도이거늘, 그녀는 왠지 모를 강렬한 그리움과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벅찬 감정에 사로잡힌 듯 사내의 얼굴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 보는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억장이 무너질 듯 가슴이 시려오며, 그녀의 맑은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이내 그녀의 붉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사내의 귓가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던 그 청아하고도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찌하여... 오늘 초면인 어사또 나리를 뵈었는데, 제 가슴이 이토록 갈기갈기 찢어질 듯 아리고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지 그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나리를 뵙자마자 제 영혼이 나리를 알아보고 반가워 우는 것만 같습니다. 혹여... 우리가 전생에 아주 깊고 애달픈 연으로 닿았던 적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 한마디에,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았던 사내의 얼굴에 처음으로 눈부시게 환한 웃음이 번졌다. 동시에 그가 그토록 꾹꾹 눌러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둑이 터지듯 그의 잘생긴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우연이 아니었다. 하늘이, 신령이 그의 지극하고 헌신적인 사랑과 목숨을 건 희생에 깊이 감복하여, 허공에 흩어졌던 그녀의 영혼을 거두어 다시금 온전하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기적처럼 환생시켜 그의 눈앞에, 그의 곁으로 다시 보내준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아주 깊은 연이었지요.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감히 어느 누구도 함부로 끊어낼 수 없는 깊고도 붉은 운명의 실로 단단히 이어져 있었소이다. 내가 당신을 다시 찾기 위해 얼마나 긴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모를 것이오."

사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떨리는 크고 단단한 손을 뻗어 가마 창턱에 놓인 여인의 작고 고운 손을 꽉 맞잡았다. 여인 역시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두 손으로 사내의 온기를 감싸 쥐며 활짝 미소 지었다. 따스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연분홍 벚꽃잎과 복사꽃잎이 마치 하늘의 축복처럼, 눈부신 눈보라처럼 아름답게 흩날렸다. 끔찍한 죽음과 억울한 원한,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의 고통을 딛고 기적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 이승의 삶을 돌고 돌아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맞닿은 이 찬란한 인연은, 이제 요괴의 끔찍한 위협도, 서글픈 이별의 눈물도 없는 가장 따스하고 눈부신 현실 속에서 그들의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영원토록 행복하게 이어질 것이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선비와 미인도 속 원혼의 가슴 시린 요괴 로맨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목숨을 건 순애보와 기적 같은 환생 이야기에 감동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도 여러분의 밤을 설레고 오싹하게 만들 『동야휘집』의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숨은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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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아름다운 조선시대 미녀가 낡은 미인도 그림 밖으로 마법처럼 걸어 나오고 있고, 상투를 튼 잘생긴 가난한 선비가 놀랍고도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는 장면, 조선시대 배경, 한복, 쪽진 머리, 몽환적이고 로맨틱하며 관능적인 분위기, 16:9 비율, 컬러펜슬화 스타일, 텍스트 없음
English:
A beautiful Joseon dynasty woman magically stepping out of an old painting, a handsome poor scholar with a topknot looking up at her with an astonished and mesmerized expression, Joseon dynasty background, hanbok, jjokjin-meori (traditional chignon), dreamy, romantic, and sensual atmosphere, 16:9 ratio, colored pencil drawing style, no text

씬1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눈 내리는 길거리, 누더기 도포를 입었지만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을 한 조선시대 선비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 춥고 쓸쓸한 분위기,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handsome Joseon dynasty scholar with a sculpted face walking on a snowy street with bitter winter wind, wearing a ragged dop'o (traditional overcoat), cold and lonely atmosphere,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눈 쌓인 길가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낡고 찢어진 미인도 족자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주워드는 잘생긴 선비의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handsome scholar finding and carefully picking up an old, torn scroll painting of a beauty from a pile of rubbish on a snowy roadside,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낡은 미인도의 클로즈업, 반투명한 비단 한복을 입고 처연하고 아련한 눈빛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려져 있는 그림, 쪽진 머리와 옥비녀,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Close-up of an old painting of a beauty, depicting a beautiful woman with a sad and faint gaze wearing a translucent silk hanbok, jjokjin-meori with a jade hairpin,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춥고 가난한 초가집 방 안, 잘생긴 선비가 방금 주워 온 미인도를 차가운 흙벽 한가운데에 정성스럽게 걸어두는 뒷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Inside a cold and poor thatched house room, a handsome scholar carefully hanging the newly found painting of a beauty in the middle of a cold dirt wall, rear view,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얇은 이불을 덮고 냉골 방바닥에 웅크려 잠든 선비,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푸른 달빛이 벽에 걸린 미인도를 신비롭게 비추는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scholar sleeping curled up on the cold floor covered with a thin blanket, blue moonlight shining through the paper window and mysteriously illuminating the painting of a beauty on the wall, 16:9, watercolor, no text

씬2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벽에 걸린 낡은 족자에서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절세미녀가 신비로운 빛과 매화 꽃잎을 흩날리며 입체적으로 걸어 나오는 마법 같은 순간,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magical moment where a peerless beauty in a beautiful hanbok steps out of the old scroll painting on the wall in 3D, scattering mystical light and plum blossom petals,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허름한 초가집 방 안 한가운데에 놓인 전통 나무 소반 위에 갓 지은 쌀밥과 구운 고기 등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수성찬이 화려하게 차려진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lavish feast with steaming rice and roasted meat gorgeously set on a traditional wooden table in the middle of a shabby thatched house room,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잠에서 깬 선비가 눈을 크게 뜨고, 진수성찬과 그 너머에 다소곳이 앉아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scholar waking up with wide eyes, looking in disbelief at the lavish feast and the beautiful woman sitting modestly and smiling gently behind it,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촛불이 은은하게 밝혀진 방 안, 상투를 푼 선비와 옷고름이 풀어진 여인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애틋하고 관능적인 눈빛으로 깊게 마주 보는 로맨틱한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In a softly candlelit room, the scholar with untied topknot and the woman with untied hanbok ribbon holding hands and looking deeply into each other's eyes with an affectionate and sensual gaze, romantic scene,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전통 창호지 문에 은은한 촛불빛으로 비치는 두 남녀가 뜨겁게 포옹하는 로맨틱한 그림자, 관능적이고 비밀스러운 분위기,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romantic shadow of a man and a woman embracing passionately, cast on a traditional paper door by soft candlelight, sensual and secret atmosphere, 16:9, watercolor, no text

씬3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깊은 밤, 곤히 잠든 선비의 곁에 앉아 달빛을 받으며 서럽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처연한 미녀의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In the deep night, a sorrowful beauty sitting beside the sleeping scholar, shedding tears bitterly under the moonlight,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놀라 잠에서 깬 선비가 우는 여인을 자신의 넓은 가슴에 꽉 안아주며 걱정스럽고도 애틋한 표정으로 달래주는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scholar waking up in surprise, tightly hugging the crying woman to his broad chest and comforting her with a worried and affectionate expression,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여인의 회상 장면: 칠흑같이 어두운 숲속에서 붉은 눈을 번뜩이며 독기를 뿜어내는 거대하고 소름 끼치는 구렁이 요괴의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woman's flashback scene: A giant, terrifying python yokai with glowing red eyes spewing poisonous aura in a pitch-black forest,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여인의 회상 장면: 거대한 구렁이 요괴가 아름다운 조선시대 양반집 기와집을 공격하며 부수고 있는 끔찍하고 절망적인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woman's flashback scene: A giant python yokai attacking and destroying a beautiful Joseon dynasty noble's tile-roofed house, a horrific and despairing scene,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의 선비가 여인의 어깨를 감싸 안고 복수를 다짐하는 결연한 표정, 여인은 그를 희망과 걱정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scholar with eyes burning with anger, holding the woman's shoulder with a resolute expression vowing revenge, while the woman looks at him with a mix of hope and worry, 16:9, watercolor, no text

씬4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날이 밝아오고 여인이 미인도 속으로 사라진 후, 텅 빈 방 안에서 낡은 장검을 꺼내어 결연한 표정으로 숫돌에 검을 갈고 있는 잘생긴 선비,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fter dawn breaks and the woman disappears into the painting, the handsome scholar with a resolute expression sharpening an old longsword on a whetstone in an empty room,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등에 장검을 메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어둡고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칠흑산 깊은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선비의 뒷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Rear view of the scholar walking up a deep forest path in the dark and eerie Chilheuk Mountain, with a longsword on his back and his dop'o fluttering,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동물의 뼈가 널브러져 있고 검은 독기가 흘러나오는 거대하고 음산한 동굴 입구 앞에 서서 검을 뽑아 든 선비,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scholar drawing his sword, standing in front of a giant and gloomy cave entrance where animal bones are scattered and black poisonous aura flows out,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동굴 안쪽 어둠 속에서 붉은 불덩이 같은 두 눈을 번뜩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소름 끼치게 거대한 구렁이 요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terrifyingly giant python yokai slowly revealing itself in the darkness of the cave, with two eyes glowing like red fireballs,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거대한 구렁이 요괴가 뿜어내는 맹독을 피하며 공중으로 도약하여 검을 내리치는 선비의 역동적인 전투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dynamic combat scene of the scholar leaping into the air and striking down with his sword, dodging the deadly poison spewed by the giant python yokai, 16:9, watercolor, no text

씬5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선비의 장검에 묶인 부적에서 강렬한 푸른 영력이 뿜어져 나와 거대한 구렁이 요괴의 눈을 멀게 하는 마법 같은 순간,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magical moment where intense blue spiritual energy bursts from the talisman tied to the scholar's sword, blinding the giant python yokai,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피투성이가 된 선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구렁이 요괴의 심장에 장검을 깊숙이 꽂아 넣는 강렬한 결정타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n intense finishing blow scene where the blood-covered scholar puts all his strength into plunging his longsword deep into the heart of the giant python yokai,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요괴가 죽고 쓰러진 뒤, 그 위로 맑고 따뜻한 빛무리가 피어오르며 아름다운 여인의 영혼 형상으로 변하는 신비로운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mystical scene where after the yokai dies and falls, a clear and warm aura of light rises above it and transforms into the spirit form of a beautiful woman,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반투명하게 빛나는 여인의 영혼이 피투성이가 된 선비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이별의 순간,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moment of farewell where the semi-transparent, glowing spirit of the woman affectionately touches the blood-covered scholar's cheek with a sad yet beautiful smile,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여인의 영혼이 밤하늘의 빛나는 별빛과 바람이 되어 흩어지고, 텅 빈 숲속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선비의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woman's spirit scattering into shining starlight and wind in the night sky, and the scholar sitting in the empty forest weeping bitterly, 16:9, watercolor, no text

씬6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한글: 3년 후, 화려한 붉은 관복을 입고 장원급제하여 위풍당당한 어사또가 된 잘생긴 선비가 말을 타고 도성 길을 지나가는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3 years later, the handsome scholar, now a majestic royal inspector wearing a splendid red official uniform after passing the state exam, riding a horse through the city streets, 16:9, watercolor, no text
2.
한글: 봄날 흩날리는 벚꽃 아래, 화려한 가마의 비단 휘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아름다운 양반집 규수의 클로즈업, 환생한 그녀의 모습,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Close-up of a beautiful noble lady poking her head out from behind the silk curtain of a gorgeous palanquin under fluttering cherry blossoms in spring, her reincarnated appearance, 16:9, watercolor, no text
3.
한글: 말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가마 속의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어사또(선비)의 애틋한 표정,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The royal inspector (scholar) stopping his horse and staring intently at the woman in the palanquin with a surprised and affectionate expression, 16:9, watercolor, no text
4.
한글: 흩날리는 연분홍 벚꽃잎 사이로, 어사또와 양반집 규수가 서로를 애틋하고 눈물 어린 눈빛으로 마주 보는 운명적인 재회 장면,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A fateful reunion scene where the royal inspector and the noble lady look at each other with affectionate and tearful eyes amidst fluttering pale pink cherry blossom petals, 16:9, watercolor, no text
5.
한글: 봄날의 따뜻한 햇살 아래, 두 남녀가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해피엔딩, 16:9, 수채화, 텍스트 없음
English: Under the warm spring sunlight, a beautiful and romantic happy ending where the man and woman hold hands tightly and smile brightly, promising eternal love, 16:9, watercolor, no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