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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한 머슴의 거친 손결이 닿는 순간, 그 밤의 대가 『청구야담』

    태그(15개):

    #조선로맨스, #청구야담, #신분차이, #오디오드라마, #ASMR, #머슴과아씨, #금지된사랑, #비밀연애, #시대극로맨스, #과거급제, #신분상승, #애절한사랑, #운명적사랑, #낭만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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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천한 머슴의 거친 손결이 닿는 순간, 양반의 체면도, 발각되면 목이 달아날 죽음의 두려움도 모두 녹아내렸습니다. 날이 밝으면 파멸이 올지언정, 지금 이 사내를 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지요." 신분의 거대한 벽을 뛰어넘은 조선시대 아찔한 비밀 연애. 목숨을 건 하룻밤의 뜨거운 정사는 과연 이들에게 어떤 잔혹하고도 눈부신 운명을 불러왔을까요?

    ※ 1: 달빛 아래, 엇갈린 시선의 시작

    만물이 깊은 잠에 빠져든 야심한 삼경의 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교교하고 서늘한 보름달이 떠올라, 거대한 기와지붕이 검은 파도처럼 굽이치는 한양 도성 제일의 권세가, 정승댁 후원을 푸스름한 빛으로 빈틈없이 적시고 있었다. 밤벌레 우는 소리조차 잦아들 만큼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듯한 무거운 적막 속에서, 안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별당의 창호지 문이 소리 없이 아주 미세한 틈을 벌렸다. 문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뽀얗고 해사한 얼굴, 바로 정승댁의 귀한 외동딸인 아씨였다. 낮 동안에는 사서삼경을 읽고 규합총서를 뒤적이며, 웃음소리조차 담장을 넘지 못하게 훈련받은 단아한 양반가 규수의 완벽한 표본으로 살아가던 그녀였지만, 밤이 되고 사방에 어둠이 깔리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뜨거운 열병에 시달리듯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 지독한 열병의 원인을 그녀 자신은 뼛속 깊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까맣고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다급하게 향한 곳은, 별당 뒤뜰과 하인들이 머무는 행랑채를 가로막고 있는 야트막한 돌담 너머의 우물가였다. 서늘한 달빛이 마치 무대 위의 조명처럼 쏟아져 내리는 그곳에는, 모두가 잠든 늦은 밤까지 홀로 깨어 대감댁의 쓸 물을 긷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돌쇠. 몇 해 전 지독한 흉년에 부모를 잃고 거리를 떠돌다 정승댁에 거둬진 사내로, 묵묵히 소처럼 일만 한다 하여 하인들 사이에서 불리는 투박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매일 밤 창틈에 숨어 그를 숨죽여 지켜보는 아씨의 눈에 비친 그는, 결코 미천하고 투박한 짐승 따위가 아니었다. 땀에 절어 누렇게 바랜 무명 바지적삼을 반쯤 풀어 헤친 채, 어른 머리통만 한 굵은 두레박줄을 끊어질 듯 당기는 그의 몸은, 평생 글공부만 하느라 창백하게 말라빠진 양반가의 샌님들에게서는 평생을 가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렬하고도 압도적인 생명력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무거운 물을 가득 머금은 두레박이 우물 밑바닥에서부터 묵직하게 끌려 올라올 때마다, 사내의 넓고 거대한 등판과 굵은 핏줄이 불거진 팔뚝 위로 성난 근육들이 맹수처럼 꿈틀거렸다. 달빛을 고스란히 받아낸 굵은 땀방울들이 그의 구릿빛 피부 위를 타고 미끄러지듯 흘러내려, 사내의 짐승처럼 거친 숨결과 함께 축축한 흙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우물물을 길어 올리고 통에 쏟아 붓는 그 원초적이고 역동적인 사내의 움직임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규방 밖의 거친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온실 속 화초처럼 갇혀 자라온 아씨에게 있어 일종의 거대한 시각적인 충격이자,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지독하고도 은밀한 유혹이었다.

    '어찌 저리도 몸이 강건하단 말인가. 붓대를 쥐고 시조나 읊어대는 정혼자 자복 도령의 비단결같이 창백한 손결과는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저 사내의 억센 두 팔과 솟아오른 어깨는, 당장이라도 태산조차 번쩍 들어 올릴 듯 듬직하고 거대하구나. 저 단단한 가슴에 안긴다면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아씨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섶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거세게 뛰어올라, 최고급 명주로 지어진 고운 저고리가 찢어질 듯 들썩거렸다. 가장 아랫단에 속하는 천한 머슴의 몸뚱이를 훔쳐보며 낯부끄러운 춘정을 느끼다니, 뼈대 깊은 양반가의 고귀한 여식으로서 감히 상상조차 해선 안 될 크나큰 수치이자 타락이었다. 하지만 한 번 사내의 몸에 꽂혀버린 시선은 도무지 거두어지질 않았다. 오히려 밤이 깊어갈수록 갈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매일 밤 그가 물을 긷는 삼경의 시간이 돌아오면, 아씨는 마치 무당의 방울 소리에 홀린 귀신처럼 창가로 다가와 스스로의 숨소리조차 억누른 채, 그 수사슴 같이 생동하는 사내의 자태를 두 눈동자 속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겨넣었다.

    그러나 겹겹이 쌓인 담장과 신분이라는 거대한 장벽 뒤에 숨어 안전하게 욕정을 채우고 있다 믿었던 아씨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우물가에서 묵묵히 시선을 바닥에 둔 채 물만 긷던 돌쇠 역시, 저 멀리 칠흑 같은 별당 쪽에서 자신의 온몸을 핥아내리듯 쏟아지는 그 끈적하고 뜨거운 시선을 이미 오래전부터 날카롭게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평범하고 우둔한 머슴이었다면 감히 고개를 들어 별당 쪽을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땅만 보고 살았으련만, 돌쇠는 겉모습만 투박한 촌부일 뿐, 그 속에는 호랑이보다 매서운 기백과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품고 있는 비범한 사내였다. 고요한 밤의 공기를 미세하게 가르고 전해지는 문창살의 미세한 떨림, 밤바람을 타고 아주 희미하게 실려 오는 최고급 난초 향기, 그리고 달빛에 반사되어 어둠 속에서 짐승의 그것처럼 반짝이는 여인의 까만 눈동자. 돌쇠는 그 은밀한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짐작하고 있었다.

    구름 위를 노니는 선녀처럼 고귀하고 범접할 수 없는 정승댁의 외동 애기씨. 평생 땅만 파먹고 살아야 할 자신이 감히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여인이, 매일 밤 문틈에 숨어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자신의 천한 몸뚱이를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돌쇠의 가슴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사내로서의 정복욕과 원초적인 본능에 거대한 산불처럼 불을 지펴놓았다.

    '아씨께서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나를 보고 계시는구나. 이 미천한 놈의 땀 냄새 나고 흙먼지 뒹구는 더러운 몸뚱이를, 어찌 저리도 절절하고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신단 말인가. 겉으로는 조신한 척 얌전을 빼지만, 속으로는 사내의 억센 품을 이토록 갈구하고 있었단 말인가.'

    돌쇠는 속으로 차가운 조소를 머금으며,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두레박을 당기는 팔의 근육에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힘을 불어넣었다. 물통에 물을 부을 때도 평소보다 훨씬 거칠고 요란하게 쏟아부었고, 몸을 과장되게 크게 움직여 등과 어깨의 근육이 달빛 아래에서 더욱 선명하고 위협적으로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온몸을 적신 땀방울 덕분에 얇은 무명옷이 살갗에 찰싹 달라붙어, 그의 탄탄한 골격과 사내다운 굴곡이 가감 없이 훤히 드러났다. 그것은 천한 머슴이 감히 고귀한 아씨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불손한 무언의 화답이자, 이 밤의 고요를 깨부수는 위험천만한 수컷의 도발이었다.

    한참 동안 근육을 뒤틀며 물 긷기를 마친 돌쇠가, 양쪽으로 매달린 거대한 물통을 어깨에 가뿐히 짊어지고 우뚝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행랑채로 돌아가려는 그 찰나의 순간, 그는 땀을 닦아내는 척하며 등 뒤로 고개를 아주 슬쩍 돌려 별당 쪽 창문 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서늘한 달빛이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허공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엇갈리던 시선이 아주 짧게, 그러나 부싯돌이 부딪혀 불꽃이 튀어 오르듯 강렬하고 치명적으로 얽혀들었다.

    "흡…!"

    그의 맹수 같은 안광과 정면으로 부딪친 순간, 아씨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황급히 떨리는 두 손으로 창호지 문을 탁, 닫아버렸다. 쿵쾅! 쿵쾅! 고장 난 북처럼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적막한 별당 안을 가득 채우며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자신의 은밀한 관음증을 들켰다는 끔찍한 수치심과 공포, 그리고 상대방 사내 역시 자신을 정확히 의식하며 도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주는 배덕하고도 짜릿한 희열이 뒤섞여, 그녀의 온몸의 피를 용암처럼 뜨겁게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아씨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우물가에 서 있던 돌쇠가 짧게 내뱉는 옅은 한숨 소리와 의미심장한 발걸음 소리가 밤바람을 타고 아씨의 귓가에 선명하게 닿는 듯했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될 거대한 신분과 예법의 담장 위로, 결코 섞여서는 안 될 두 남녀의 걷잡을 수 없는 위험한 감정이 서늘한 달빛을 타고 독버섯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맹렬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 2: 담장 너머로 전해진 떨림

    우물가에서 벌어졌던 그 아찔하고도 도발적인 시선 교환이 있었던 밤 이후, 별당 안채를 맴도는 공기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낮 동안 아씨는 논어와 맹자를 펴놓고 글을 읽으려 애썼지만 까만 글자들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허공을 떠다녔고, 마음을 다잡으려 십장생 수를 놓을 때면 자꾸만 집중력이 흐트러져 날카로운 바늘 끝에 하얀 손가락을 찔려 피를 보기 일쑤였다. 하얗게 맺힌 핏방울을 입술로 빨아들일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달빛 아래 땀에 젖어 번들거리던 사내의 거친 구릿빛 근육과, 어둠을 뚫고 자신의 영혼 밑바닥까지 꿰뚫어 보던 그 굶주린 맹수 같은 눈빛만이 환영처럼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성은 그것이 파멸로 가는 길이라 경고하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이미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른 여인으로서의 원초적인 갈망은 양반의 체면과 도덕 따위를 가볍게 짓밟아버리고 있었다.

    마침내 지루하고 고통스럽던 해가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짙은 어둠이 별당 마당에 내려앉기 시작하자, 아씨의 발걸음은 마치 보이지 않는 밧줄에 이끌리듯 자신도 모르게 별당 뒤뜰, 하인들의 행랑채와 맞닿아 있는 야트막한 돌담장 쪽으로 서서히 향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얄궂게도 두꺼운 먹구름이 달을 완전히 가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유난히 주변이 어둡고 음침했다. 유모와 몸종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아씨는 치맛자락이 스치는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담장 곁에 흐드러지게 자라난 커다란 늙은 매화나무의 짙은 그늘 아래로 몸을 숨겼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돌가루가 떨어지는 낡은 담장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고, 너머에서 들려올 사내의 기척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윽고, 기다렸다는 듯 일정한 간격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굵은 밧줄이 풀리는 마찰음, 그리고 무거운 두레박이 우물 밑바닥의 수면을 거칠게 때리는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들려왔다. 돌쇠였다.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그 사내가 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에, 아씨는 숨이 멎을 듯한 기분에 휩싸이며 명주 치맛자락을 부서져라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 숨어서 쥐새끼처럼 그저 지켜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가슴속에 타오르는 지독한 갈증을 도저히 해소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의 거친 손끝이라도 스쳐보고 싶다, 아니, 그 짐승처럼 낮고 굵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한 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싶다는 미칠 듯한 충동이 이성의 마지막 끈마저 가위로 싹둑 잘라내 버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어, 항상 지니고 다니던 작고 고운 비단 향낭을 꺼내 들었다. 최고급 붉은 명주실로 수를 놓고, 그녀의 체취와도 같은 은은하고도 고혹적인 난초 향이 깊게 배어 있는 귀한 향낭이었다. 아씨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떨리는 팔을 들어 올려 담장 너머 우물가를 향해 그 붉은 향낭을 허공으로 툭 던져버렸다.

    투툭, 하고 흙바닥에 무언가 가볍게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토록 거칠게 이어지던 우물가의 물 긷는 소리가 마치 거짓말처럼 일순간 뚝 멎어버렸다. 사방에 숨 막히는 짙은 적막이 흘렀다. 아씨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가 담장 너머의 사내에게까지 들릴까 두려워,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댔다. 담장 너머에서는 한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심장이 바짝 타들어 갈 것 같은 몇 번의 억겁 같은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흙을 밟는 묵직하고도 느릿한 발걸음 소리가 방향을 틀어 담장 쪽으로, 바로 아씨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내가 다가올수록 아씨의 다리는 젤리처럼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이리도 고운 향이 나는 귀한 물건이, 어찌 이리 냄새나고 미천한 흙바닥에 떨어져 있단 말입니까."

    밤의 적막을 찢고 고막을 파고드는 사내의 목소리. 그것은 짐승의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처럼 무겁고 굵직하면서도, 기이할 정도로 욕망을 억누른 듯 짙고 탁한 음색이었다. 담장을 넘어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그 관능적인 목소리에 아씨는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찌릿한 전율을 느끼며 무릎이 꺾일 뻔했다. 돌쇠는 지금 당장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담장 바로 건너편에 바짝 붙어 서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고귀한 정승댁 외동딸과 가장 천한 머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마음만 먹고 조금만 까치발을 들면 서로의 정수리가 훤히 보일 법한 허리 높이 남짓의 낡고 금이 간 담장 하나뿐이었다.

    아씨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용기를 내어, 그러나 모기가 날갯짓하듯 기어들어 가는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밤 산책을 나왔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네. 잃어버릴까 심히 염려하여 찾고 있던 참이었네만… 거기에 내 향낭이 떨어져 있느냐?"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수로 떨어뜨려 담장 너머 우물가까지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절대 아니었다. 아씨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영악한 돌쇠 역시 그것을 모를 리 만무했다. 거짓말을 던져놓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굳어있는 아씨를 향해, 잠시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돌쇠가 비웃음인지 탄식인지 모를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입을 뗐다.

    "이리도 맑고 고운 향이 나는 아씨의 물건은, 저 같은 천것의 더러운 손에 닿으면 영영 씻을 수 없는 때가 묻사옵니다. 이놈이 감히 만질 수 없으니, 아씨께서 직접 손을 뻗어 받으시지요."

    돌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커다랗고 억센 손이 불쑥 담장 위로 쑥 올라왔다.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그의 널찍한 손바닥 위에는, 아씨가 던졌던 붉은 향낭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아씨는 담장 위로 불쑥 내밀어진 사내의 커다란 손을 멍하니 바라보며 숨을 멈췄다.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고 굳은살이 흉하게 박인 투박한 하인의 손. 그러나 그 억센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내의 뜨거운 체온과 야성적인 열기가 서늘한 밤공기를 뚫고 전해져, 아씨의 얼굴을 불에 덴 듯 훅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짓이었다. 하지만 아씨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고 부들부들 떨리는 하얀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향낭의 붉은 끈을 집어 들려는 찰나, 아씨의 매끄럽고 흰 손끝이 돌쇠의 거칠고 뜨거운 손바닥 한가운데에 아주 살짝 스치고 말았다.

    "앗…!"

    마치 벌겋게 달궈진 인두에 살갗이 덴 듯 화들짝 놀란 아씨가 짧고 교태로운 교성을 내지르며 황급히 손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손을 거두기도 전에, 그보다 백 배는 더 빠르고 거친 돌쇠의 커다란 손이 먹잇감을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아씨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덥석 움켜쥐어버렸다.

    "이, 이거 당장 놓게!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천한 네놈이 방자하게 굴어…! 당장 손을 놓지 못할까!"

    아씨가 극도의 당황과 수치심에 휩싸여 꾸짖었으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양반의 서늘한 위엄 대신 가늘게 떨리는 애원과 묘한 흥분이 진득하게 섞여 있었다. 돌쇠는 그녀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뼈가 으스러질 듯 더욱 강하게 힘을 주어 그녀의 손목을 자신의 쪽으로 짐승처럼 훅 끌어당겼다.

    "아씨… 속내를 감추려 하지 마십시오. 밤마다 이놈이 땀 흘리며 물을 긷는 모습을 훔쳐보며,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셨습니까."

    돌쇠의 목소리는 이제 하대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사냥감을 몰아넣는 늑대의 으르렁거림처럼 낮고 위험하게 변해 있었다.

    "내, 내가 언제 너 따위를 훔쳐보았다고 이리 무엄한 소리를 지껄이느냐! 당장 손을 놓고 물러나지 않으면, 아버님께 고하여 네놈의 사지를 찢어…."

    '하지만… 하지만 전혀 싫지가 않구나. 나를 옭아매는 이 사내의 거칠고 무도한 악력이, 나의 숨통을 조이는 이 끔찍한 규방의 예법과 가르침보다 수백 배, 수천 배는 더 달콤하고 황홀하구나.'

    아씨의 떨리는 입술 사이로는 끊임없이 헛된 협박이 흘러나왔지만, 돌쇠의 억센 악력에 붙잡힌 그녀의 손은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반항하거나 뿌리치려 하지 않고 오롯이 그의 압도적인 체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체념을 읽어낸 돌쇠는 담장 위로 자신의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번뜩이는 그의 시퍼런 눈동자가 아씨의 흔들리는 시선을 단숨에 옭아매어 포박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코끝이 맞닿고 서로의 숨결이 입술을 적실 만큼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졌다.

    "아씨께서 정녕 이놈을 멍석말이하여 죽일 요량이셨다면, 진즉에 비명을 질러 사람들을 부르셨겠지요. 아씨께서도… 매일 밤 제 거친 품에 안겨 짐승처럼 뒹굴고 싶은, 이 비천한 놈과 똑같은 더러운 마음 아니십니까."

    돌쇠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아씨의 하얀 뺨을 훑고 지나갔다. 사내의 짙은 땀 냄새와 흙내음, 그리고 묘하게 비릿한 수컷의 체취가 아씨의 코끝을 맴돌며 그녀의 마지막 남은 이성 한 가닥을 완벽하게 마비시켜버렸다. 도덕과 예법, 수치는 모두 사내의 숨결 앞에 재가 되어 날아갔다. 아씨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눈을 감았고, 마침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혹은 자신을 부숴달라 애원하듯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네놈의 말이 맞다.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보다. 천한 짐승 같은 너를 감히 마음에 품고, 이리 어두운 밤이 되어 네놈을 만질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니… 내 스스로가 짐승만도 못한 년이 되었구나."

    그녀의 처절하고도 자조 섞인 항복의 고백이 밤공기 속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담장 너머에서 우지끈! 하고 낡은 기와가 무겁게 부서지는 소리가 적막을 찢고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 3: 목숨을 건 하룻밤

    달빛조차 먹구름 뒤로 숨어버린 암흑 같은 밤. 돌쇠는 주저 없이 담장을 뛰어넘어 아씨가 서 있는 후원 안쪽으로 묵직하게 착지했다. 발각되는 순간 양반가의 법도에 따라 두 사람 모두 개죽음을 면치 못할 끔찍한 대죄였다. 하지만 이성을 집어삼킨 욕정 앞에서는 죽음의 공포마저 한낱 불나방의 날갯짓에 불과했다.

    "돌쇠야… 미쳤느냐…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씨가 겁에 질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돌쇠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그녀의 얇은 허리를 억센 두 팔로 으스러지도록 꽉 끌어안았다.

    "이미 아씨를 눈에 담은 순간부터 제 목숨은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밤 아씨를 품고 죽을 수 있다면, 기꺼이 능지처참을 당하여 원귀가 되겠습니다."

    돌쇠의 뜨거운 입술이 아씨의 하얀 목덜미에 거칠게 파고들었다.

    "아앗…!"

    단 한 번도 사내의 손길을 타본 적 없는 처녀의 몸은, 거친 야생마 같은 돌쇠의 입맞춤에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휘어졌다. 돌쇠는 아씨를 번쩍 안아 들고, 쥐도 새도 모르게 별당 안채의 깊숙한 내실로 파고들었다. 문이 굳게 닫히고, 희미한 호롱불만이 비추는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거칠고 가빠진 숨소리만이 얽혀들었다.

    방바닥에 아씨를 눕힌 돌쇠는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최고급 비단으로 지어진 고운 저고리와 옥색 치마, 그리고 그 아래로 드러난 눈부시도록 흰 살결. 흙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자신의 무명옷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 고귀한 모습에, 돌쇠는 묘한 파괴 욕구와 정복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리 고귀한 분이… 어찌 저 같은 천것의 품에 안기려 하십니까."

    돌쇠의 거친 손이 아씨의 저고리 고름을 툭, 하고 뜯어내듯 풀었다. 비단이 스치는 서늘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풍만한 가슴선이 드러났다. 돌쇠의 굳은살 박인 투박한 손바닥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움켜쥐듯 쓰다듬자, 아씨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쾌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흐읏… 네놈이 정녕 날 죽일 작정이구나…. 이리도 무례하고 거칠다니…."

    "아씨께서도 속으로는 이런 거친 손길을 원하시지 않았습니까. 점잖은 샌님들의 시시한 입맞춤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시면서."

    돌쇠의 조롱 섞인, 그러나 지독히도 관능적인 속삭임이 아씨의 귓바퀴를 파고들었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혀와 혀가 얽히고, 타액이 질척하게 섞이는 농밀한 입맞춤 속에서 아씨는 숨이 막혀 헐떡이면서도 두 팔을 뻗어 그의 굵직한 목을 절실하게 끌어안았다.

    어느새 아씨의 허물어진 옷가지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돌쇠 역시 거추장스러운 무명옷을 벗어 던졌다. 호롱불 아래 드러난 돌쇠의 나신은 마치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깎아낸 무신의 동상 같았다. 터질 듯한 가슴 근육과 탄탄한 복근,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로 성나게 치솟은 거대한 사내의 상징을 마주한 아씨는 두려움과 경이로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보십시오, 아씨. 이것이 아씨가 그토록 밤마다 훔쳐보시던 천한 머슴의 실체입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아…."

    돌쇠의 육중한 몸이 아씨의 가냘픈 몸 위로 빈틈없이 겹쳐졌다. 땀과 흙냄새가 섞인 짙은 체취가 아씨의 코를 찔렀고, 거칠고 단단한 살갗이 마찰할 때마다 아씨의 입에서는 억눌린 교성이 터져 나왔다.

    "흣… 으읏… 너무… 큽니다… 아파… 아파요…."

    처음 겪는 낯설고 파괴적인 삽입의 고통에 아씨가 고개를 저으며 돌쇠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눈꼬리에는 생리적인 눈물이 맺혀 속눈썹을 적셨다. 그러나 돌쇠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씨의 두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어 바닥에 고정시키고는, 짐승의 교미처럼 원초적이고 강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으십시오. 양반 계집의 고상한 척은 이 방앗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씨를 진정한 여인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거친 마찰이 계속될수록, 처음에 느꼈던 찢어질 듯한 고통은 점차 척수를 타고 오르는 아찔한 쾌감으로 변모해갔다.

    "아앗… 아, 으응…! 돌쇠야… 아…!"

    신분과 체면 따위는 진작에 녹아 없어졌다. 아씨는 어느새 고통을 잊고 허리를 활처럼 튕기며 돌쇠의 거친 허릿짓을 주도적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다리가 돌쇠의 구릿빛 허리를 단단히 감아올렸고, 방 안에는 살이 부딪히는 외설스러운 파열음과 뜨거운 숨소리만이 가득 찼다.

    행여나 바깥을 순찰하는 경비나 몸종들이 들을까 두려워, 아씨는 제 손등을 입에 물고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눌렀다. 그럴수록 그녀의 내벽은 더욱 강하게 조여들었고, 돌쇠는 뇌수가 끓어오르는 듯한 압도적인 절정에 다다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신의 뜨거운 씨앗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아… 하아…."

    땀으로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몸이 얽힌 채 거친 숨을 토해냈다. 죽음을 담보로 한 금지된 정사는 두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마저도 질기게 옭아매는 무서운 주술과도 같았다. 돌쇠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아씨는 두려움 속에서도 난생처음 맛본 완벽한 해방감에 취해, 이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4: 그리고 이별의 눈물

    하늘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세찬 비바람이 창호지를 미친 듯이 때리던 밤이었다. 천둥소리가 세상을 집어삼킬 듯 으르렁거렸지만, 굳게 닫힌 별당 안채에서는 바깥의 폭풍우보다 더 거세고 뜨거운 정념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방 안을 비추는 희미한 빛 속에서, 땀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두 남녀의 나신이 뱀처럼 엉켜 격렬하게 요동쳤다.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지 오래인 돌쇠는, 아씨의 가녀린 허리를 짐승처럼 으스러져라 끌어안은 채 그녀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을 향해 끊임없이 허리를 쳐올렸다. 아씨 역시 양반가 규수의 체면 따위는 새까맣게 잊은 채, 두 눈을 뒤집으며 사내의 굵은 목에 매달려 짐승 같은 교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아… 아씨…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그 뜨거운 속살이, 이 천한 놈의 넋을 송두리째 빼놓고 있습니다…."

    "아앗, 아아…! 돌쇠야… 더, 더 깊이… 날 부숴버려도 좋으니… 으읏…!"

    두 사람의 숨결이 엉키고 쾌감이 뇌수를 녹여버릴 듯한 극한의 절정을 향해 치닫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쾅! 쾅! 빗소리를 뚫고 별당의 방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거칠고 다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씨! 안에서 대체 무슨 소리가 나는 겝니까! 아씨, 뫼옵는 찬모이옵니다! 당장 문을 열어보시옵소서!"

    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쾌감으로 달아올랐던 아씨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며 사색이 되었고, 뜨겁게 팽창했던 돌쇠의 몸 역시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을 느꼈다.

    '들켰구나… 끝이다. 나의 이 천박한 욕정 때문에, 결국 이 사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구나.'

    아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흩어진 이부자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나신을 가렸다. 양반가의 여식이 외간 남자, 그것도 집안의 가장 천한 머슴과 사통을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로 자신은 사약을 받거나 자결을 강요당할 것이요, 돌쇠는 멍석에 말려 뼈와 살이 으깨지도록 두들겨 맞은 뒤 참수를 당할 것이 자명했다. 문밖에서는 찬모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는지, 다른 노복들과 대감을 부르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멀어져 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찌합니까… 돌쇠야, 어찌해… 내 아버님께서 아시면 너는 당장 목숨을 잃을 텐데…."

    아씨는 공포에 질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돌쇠의 굵은 팔뚝을 생명줄처럼 꽉 움켜쥐었다. 죽음의 문턱에 서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비천한 머슴의 목숨을 먼저 걱정하는 아씨의 애절한 눈망울을 내려다보며, 돌쇠는 굳게 이를 악물었다. 그의 심장 속에서 두려움 대신 서늘하고도 결연한 의지가 불기둥처럼 치솟았다. 그는 짐승처럼 재빠르게 바지적삼을 주워 입고는, 사시나무 떨듯 떠는 아씨의 양어깨를 단단하고 억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씨, 들으십시오. 저는 오늘 밤 이곳에 온 적이 없는 것입니다. 당장 이 방을 나가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칠 터이니, 찬모가 대감마님을 모시고 오거든 그저 악몽을 꾸어 헛소리를 낸 것이라, 빗소리에 놀라 비명을 지른 것이라 잡아떼십시오."

    "도, 도망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이 폭풍우 속에 어딜 간단 말이냐. 밖에는 포졸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인데…!"

    "저잣거리를 개처럼 떠돌던 이놈의 하찮은 목숨, 사람답게 거두어주신 분도 아씨요, 사내로서 심장이 뛰게 만들어주신 분도 아씨이십니다. 제 목숨을 갈기갈기 찢어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아씨의 그 고결한 옥체만은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말을 마친 돌쇠는 아씨의 창백한 이마와 젖은 입술에 마지막으로 깊고도 처절한 입맞춤을 남겼다. 흙냄새와 사내의 짙은 체취가 섞인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닿는 순간, 참았던 아씨의 오열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제발… 죽지 마라. 살아남아야 한다…! 네가 없이 나 홀로 남겨진다면, 내 어찌 이 끔찍하고 숨 막히는 지옥 같은 규방에서 단 하루라도 살아갈 수 있단 말이냐!"

    "기다려 주십시오. 내 비록 천한 머슴의 신분으로 담장을 넘어 아씨의 몸을 취하였으나, 다시 아씨 앞에 서는 날에는 온 천하가 우러러보는 사내가 되어 당당히 가마를 태워 모셔가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부디 살아만 계십시오."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수십 명의 발소리와, 비바람 속에서도 일렁이는 횃불의 붉은 불빛이 창호지를 섬뜩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돌쇠는 더 이상 지체할 틈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그의 거대한 체구가 몸을 던졌다. 번개가 세상을 하얗게 찢어놓는 찰나, 그의 건장한 뒷모습이 한 마리 흑표범처럼 높은 담장 위로 솟구치더니 이내 허공 속으로 영영 사라져버렸다.

    "안 돼… 돌쇠야…! 서방님…!"

    아씨가 피를 토하듯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너져 내린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별당의 문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거칠게 부서져 열렸다. 시퍼런 칼날을 번뜩이며 횃불을 든 대감과 노복들이 들이닥쳤을 때, 방 안에는 헝클어진 머리로 이불을 부여잡고 서럽게 오열하는 아씨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비록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으나, 방 안을 가득 채운 비릿하고 짙은 정액의 냄새와 흐트러진 이부자리, 그리고 아씨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잇자국이 사통의 흔적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느 놈이 감히 정승댁의 규수를 범했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가문의 치명적인 수치를 목도한 대감은 이성을 잃고 칼을 빼 들었다. 가문을 위해 당장 딸의 목을 베려 하였으나, 피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 매달리는 유모의 만류에 간신히 칼을 거두었다. 대감은 이 끔찍한 진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라 엄명하고는, 아씨를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별당 깊숙한 골방에 짐승처럼 가두어버렸다. 그것은 차라리 죽음보다 못한,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지옥의 시작이었다.

    ※ 5: 그리움으로 지새운 수백 번의 밤

    별당의 깊은 골방에 감금된 그날 밤 이후, 아씨의 세상은 완벽하게 멈추어버렸다. 아침이 오면 창틈으로 희미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밤이 오면 서늘한 달빛이 내려앉았지만,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는 오직 돌쇠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애절한 눈빛과 비바람 속으로 사라지던 그의 넓은 등짝만이 화석처럼 새겨져 있었다. 대감은 딸이 정체 모를 사내와 몸을 섞었다는 끔찍한 사실에 극대노하여 밥과 물조차 제대로 주지 않으며 모진 고통을 가했다. 이내 가문의 체면을 수습하기 위해 이름 있는 권문세가의 늙은 홀아비나 멀리 떨어진 시골 양반에게라도 서둘러 팔아넘기듯 혼처를 알아보려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아씨는 혀를 깨물고 식음을 전폐하는 등 필사적인 단식투쟁을 벌이며 혼례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녀가 굶주림과 매질의 고통 속에서도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돌쇠가 떠나기 전 목숨을 걸고 내뱉었던 간절한 맹세 덕분이었다. '온 천하가 우러러보는 사내가 되어 당당히 가마를 태워 모셔가겠다'는 그 한마디. 아씨의 품 속, 해진 저고리 깊숙한 곳에는 돌쇠의 거친 손길이 처음 닿았던 낡고 붉은 향낭이 부적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가끔씩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와 살갗을 에는 듯한 외로움과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이 온몸의 핏줄을 타고 끓어오를 때면, 아씨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향낭을 꺼내어 코끝에 대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비록 향기는 오래전 날아가 버렸지만, 그녀의 후각은 돌쇠의 짙은 땀 냄새와 흙내음, 그리고 사내 특유의 비릿하고도 아찔한 체취를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서방님… 나의 서방님… 그 뜨거운 가슴에 한 번만 더 얼굴을 묻을 수 있다면….'

    아씨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돌쇠의 거칠고 단단한 손길이 지나갔던 자신의 은밀한 계곡과 부드러운 가슴을 스스로 쓰다듬었다. 굳은살 박인 투박한 손가락이 자신의 속살을 파고들 때 느꼈던 그 척수를 관통하는 쾌감과 마찰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며, 그녀는 억눌린 교성을 삼키며 밤새도록 제 몸을 위로하고 또 위로했다. 그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자신의 육체와 영혼이 기억하는 이 지독한 쾌락과 정조를 결코 다른 사내에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독한 결심만이 그녀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한양 도성에서 수백 리 떨어진 깊고 험준한 산속. 돌쇠는 인간의 형상을 포기한 채 오직 복수귀이자 구도자처럼 학문에 매진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바람을 뚫고 추포의 손길을 피해 산짐승처럼 도망치던 그는, 며칠 밤낮을 굶주려 사경을 헤매다 인적 드문 낡은 암자에 쓰러졌다. 그곳을 지키던 눈 밝은 늙은 노승은, 돌쇠의 기골이 장대한 데다 그 눈빛에 세상을 뒤엎을 만한 맹렬한 기백과 독기가 서려 있음을 간파하고는 그를 제자로 거두어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던 천한 머슴이 천자문부터 시작해 양반들의 전유물인 사서삼경과 제자백가를 익히는 과정은, 뼈를 깎고 살을 찢는 듯한 참혹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거친 두레박줄만 당기던 굵고 투박한 손가락은, 얇은 붓대를 쥐고 먹을 가는 것조차 버거워 손가락 관절이 뒤틀리고 피가 터져 나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돌쇠는 단 한 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졸음이 쏟아지면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피가 나도록 찔렀고, 겨울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얼어붙은 계곡의 얼음을 깨고 알몸으로 들어가 뼛속까지 시린 찬물을 뒤집어쓰며 정신을 다잡았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체력이 바닥나 미쳐버릴 것 같을 때면, 달빛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아씨의 뽀얀 살결과 눈물 고인 눈망울, 그리고 빗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던 그녀의 애달픈 목소리를 환청처럼 떠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이 더러운 천것의 허물을 뼈째로 발라내고, 세상을 호령하는 사내가 되어 반드시 그 오만한 대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아씨를 내 품으로 되찾아 올 것입니다.'

    돌쇠의 심장 속에는 아씨를 향한 맹목적이고도 처절한 사랑과, 자신을 짐승 취급했던 양반들의 신분 질서를 산산조각 내버리겠다는 끓어오르는 복수심이 거대한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었다. 낮에는 암자의 장작을 패며 짐승 같은 체력을 유지했고, 밤에는 호롱불 기름이 떨어지면 달빛과 눈빛에 의지하여 책이 너덜너덜하게 헐어 문드러질 때까지 글월을 외우고 또 외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거대한 육체는 여전히 야수처럼 강인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그의 눈빛은 짐승의 맹목적인 분노에서 벗어나 어느새 만물을 꿰뚫어 보는 깊고 서늘한 지성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머슴 '돌쇠'라는 비천한 이름은 산속에 묻어버린 채, 은사에게서 받은 새로운 이름 석 자를 가슴에 깊이 새긴 그는 수년의 세월 동안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서 묵묵히 칼을 가는 한 마리 거대한 이무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 6: 장원급제와 금의환향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흐른 어느 늦은 봄날, 한양 도성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거대한 파장이 일었다. 삼 년마다 열리는 식년시 대과에서, 이름도 뼈대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한 무명의 젊은 선비가 당대 최고의 학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한 압도적인 문장력과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장원급제를 차지한 것이다. 용상에 앉은 임금조차 그의 거침없고 장엄한 답안지에 크게 감탄하며, 관례를 깨고 곧바로 당상관에 준하는 파격적인 벼슬을 내리고 직접 어사화를 하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바로 신분을 완벽하게 세탁하고 과거장에 나타난 정승댁의 옛 머슴, 돌쇠였다. 흙먼지와 땀에 절어 있던 무명옷 대신 최고급 붉은 비단 관복을 차려입고 금관을 쓴 그는, 과거의 비천한 때를 완전히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태산처럼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풍당당한 무인의 기백과, 수년간의 뼈를 깎는 학문 수양으로 벼려낸 귀족적이고 서늘한 위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도성의 모든 백성들이 우러러보는 전설적인 사대부로 탈바꿈해 있었다.

    장원급제자가 화려하게 금의환향하여 유가(遊街)를 도는 날, 온 도성의 백성들이 구경을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풍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위풍당당한 흑마를 타고 행렬의 선두에 선 그가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그가 짐승처럼 머슴살이를 했던,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두고 온 정승댁의 거대한 솟을대문 앞이었다.

    젊고 전도유망한 신진 권력자가 자신의 집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정승 대감은 버선발로 황급히 의관을 정제하고 마중을 나왔다. 속으로 내심 권력의 줄을 대볼 요량으로 비굴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숙이던 대감은, 말에서 내린 사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그 자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비단 관복을 입고 서책의 맑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으나, 그 굵은 선의 이목구비와 야수처럼 번뜩이는 맹렬한 눈빛은 수년 전 자신의 집에서 물을 긷다 비 오는 밤 홀연히 도망쳤던 그 천한 머슴 돌쇠의 얼굴과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던 것이다.

    "대감마님, 그간 옥체 강녕하셨사옵니까. 옛 주인을 뵙고자 이리 무례를 무릅쓰고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돌쇠가 입가에 여유롭고도 서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정승댁 마당에 울려 퍼지자, 대감은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을 뻔한 것을 노복들의 부축으로 간신히 버텨냈다. 천하디천한 머슴이 도망쳐 과거에 장원급제하다니, 이는 조선 팔도 개국 이래 유례가 없는 기적이자 대감 가문의 목줄을 단숨에 끊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이고도 공포스러운 위협이었다.

    "네… 네놈이 정녕… 그 옛날 도망쳤던 돌쇠… 돌쇠란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허나 안심하십시오. 제가 이리 칼을 품고 돌아온 것은 대감께 지난날의 원수를 갚거나 가문을 멸문지화로 몰아넣기 위함이 아닙니다. 제게 유일하게 인간으로서의 은혜를 베푸셨던 대감의 여식, 아씨를 제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고자 당당히 가마를 끌고 왔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입으로는 부탁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그것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핏빛 통보나 다름없었다. 임금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는 신진 실세의 제안을, 그것도 가문의 가장 수치스러운 치부를 쥐고 있는 자의 요구를 대감은 도저히 거절할 방도가 없었다. 극도의 굴욕감과 공포에 질린 대감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수년 동안 철저하게 폐쇄되어 아씨의 눈물로 얼룩졌던 그 별당의 문이 정식으로 활짝 열렸다. 이번에는 빗소리에 숨어 도둑처럼 담장을 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의 노복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한 신랑의 자격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은은한 호롱불 아래, 뼈만 남은 듯 수척해진 얼굴로 체념한 채 앉아 있던 아씨가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사내가 정녕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 듯, 아씨의 까만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다 이내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붉은 비단 관복을 입고 어사화를 쓴 눈부시게 늠름한 사내. 그러나 아씨를 바라보는 그 갈급하고 뜨거운 눈빛만큼은, 우물가에서 자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헤집어놓았던 그 야생의 짐승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아씨… 아니, 나의 하나뿐인 부인. 약조를 지키러, 이놈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돌쇠의 떨리는 목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채우자, 아씨는 참았던 오열을 터뜨리며 바닥을 기어 가듯 그의 품으로 쓰러지며 안겼다.

    "돌쇠야… 아아, 서방님! 정녕 서방님이십니까… 매일 밤 꿈속에서만 그리던 나의 서방님…."

    돌쇠는 거칠고 거대한 두 팔로 그녀의 가냘픈 몸이 바스러질 정도로 꽉 끌어안았다. 수천 일의 세월 동안 뼈를 깎으며 억눌러왔던 애타는 그리움과 활화산 같은 정념이 마침내 폭발하듯 두 사람의 이성을 집어삼켰다. 돌쇠는 짐승처럼 아씨의 눈물 젖은 얼굴과 목덜미에 미친 듯이 입을 맞추며, 그녀를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으로 요 위로 눕혔다.

    과거 비바람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쫓기듯 몸을 섞었던 거칠고 일방적이었던 교미와는 완전히 달랐다. 돌쇠의 손길은 그녀의 말라붙은 몸 구석구석을 여신처럼 숭배하듯 다정하고 섬세하게 쓸어내렸고, 아씨 역시 사내의 넓은 등과 단단한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의 뜨겁고 압도적인 열기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로 받아들였다.

    최고급 비단옷과 해진 저고리가 하나둘씩 얽혀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년간 굳게 닫힌 채 오직 한 사내만을 기다려온 여인의 은밀하고 촉촉한 화원 속으로, 사내의 터질 듯 단단한 분신이 묵직하고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흐앗…! 아, 으응… 흑… 너무도, 너무도 그리웠습니다. 당신의 이 품이… 이 뜨거움이…!"

    "나 역시… 이 순간 당신의 몸을 취하기 위해 수천 번의 밤을 피눈물로 새웠소. 이제 다시는, 내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을 놓지 않을 것이오."

    서로의 체온과 숨결이 완벽하게 하나로 연결된 채 뿜어내는 농밀한 신음 소리가 별당을 가득 채웠다. 달빛 아래 짐승처럼 헐떡이던 머슴과 그를 훔쳐보던 고귀한 규수의 아슬아슬했던 비밀 연애는, 마침내 신분이라는 거대하고 잔혹한 운명의 담장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세상 그 무엇보다 눈부시고 타락한 절정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온전히 정당한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밤은, 그 옛날 훔쳐 먹던 금단의 선악과보다 수만 배는 더 달콤하고 진득하게 깊어가며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신분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맹렬하고도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죽음의 공포조차 뛰어넘은 돌쇠의 집념과 아씨의 굳은 정조가 결국 운명을 뒤집어놓았습니다. 짜릿하고 애절한 조선시대의 숨겨진 로맨스에 심장이 뛰셨다면, 지금 바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다음번엔 더욱 아찔하고 매혹적인 야담으로 여러분의 밤을 찾아오겠습니다. 알림 설정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