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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머슴을 시험한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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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네 놈의 충심이냐, 사내로서의 욕정이냐. 오늘 밤, 내가 직접 시험해 보아야겠다."
숨 막힐 듯 거대한 기와집 안에서 늙은 대감의 소유물로 시들어가던 스물셋의 젊고 아름다운 마님, 월희. 무료한 일상에 좀이 쑤시던 그녀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웃통을 벗어 던진 채 장작을 패는 순박하고 힘센 머슴 만호를 상대로 발칙하고도 위험한 장난을 계획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마루 밑, 좁은 공간에서 시작된 은밀한 시험. 하지만 그 아찔한 불장난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맙니다. 우직한 머슴의 거친 숨결과 압도적인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마님. 과연 시험하던 자와 시험당하는 자의 운명은 어떻게 뒤바뀌게 될까요? 조선 야담 속에 숨겨진, 파격적이고도 운명적인 그들의 아찔한 하룻밤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1. 빛바랜 수석,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스물셋. 남들은 한창 여인으로서의 향기를 뿜어낼 붉고 고운 나이라 하건만, 안채 깊숙한 곳에 갇힌 내 삶은 그저 누군가 정성스레 잘 닦아놓은 화려한 수석(壽石)과도 같았다. 화려한 비단옷을 걸치고 진귀한 옥비녀를 꽂아 모두가 우러러보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지녔다 한들, 내 핏속에는 그 어떠한 온기나 살아 숨 쉬는 생명력도 흐르지 않고 있었다. 환갑을 훌쩍 넘겨 언제 숨이 멎어도 이상하지 않을 늙은 판서 영감을 남편으로 맞이한 지 어언 오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열여덟, 세상물정 모르던 꽃다운 나이에 아비의 노름 빚 대신 짐짝처럼 팔려 오듯 시집온 그날부터, 나의 찬란해야 할 시간은 색을 잃고 빛바랜 수묵화처럼 완벽하게 멈춰버리고 말았다.
나에게 남편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그저 멀리서부터 묵직하게 풍겨오는 퀴퀴하고 서늘한 묵향(墨香)이자, 밤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의무적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차갑고도 건조한 의식일 뿐이었다. 기척조차 없는 텅 빈 넓은 안방을 홀로 지키며 차가운 이부자리를 끌어안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어쩌다 의무를 다하듯 합방을 하는 날이면, 늙은 지아비는 제풀에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다 내 어깨를 건조하게 토닥이며 차갑게 돌아눕기 일쑤였다. 젊은 여인의 몸 깊은 곳에서 피어나길 기다리는 그 뜨겁고 붉은 꽃을 피워낼 힘도, 의지도 그 늙은 사내에게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말라 죽어가는 것인가….'
서늘한 달빛이 창호지를 투과해 들어오는 밤이면, 나는 홀로 내 희고 고운 팔목을 쓸어내리며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이 눈부신 젊음은, 이토록 탐스러운 아름다움은, 그리고 내 안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여인으로서의 뜨거움은… 그 누구 하나 알아주거나 보듬어주는 이 없이, 그렇게 거대하고 숨 막히는 기와집 안에서 서서히 잿빛으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담장 밖 세상의 봄꽃이 지고 여름의 녹음이 우거지는 동안에도 내 마음속에는 한겨울의 모진 삭풍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무리 귀한 산해진미를 삼켜도 입안은 모래를 씹는 듯 깔깔했고, 아무리 값비싼 비단을 휘감아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지독한 외로움과 한기(寒氣)는 막을 길이 없었다. 죽은 자들의 무덤과도 같은 이 웅장한 기와집에서, 나는 살아 숨 쉬는 유령에 불과했다.
※ 2. 한여름의 정자, 깨어나는 본능
숨 막힐 듯 끈적하고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리는 그날도, 나는 견딜 수 없는 지독한 무료함을 달래지 못하고 후원의 정자에 홀로 앉아 의미 없는 수틀에 매달려 있었다. 바늘이 명주실을 끌고 비단 위를 통과할 때마다 무심하게 피어나는 붉은 모란. 눈이 시리도록 화려하고 탐스러운 자태였으나, 그 꽃에는 나비를 불러들일 향기가 없었다. 마치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지금의 내 모습처럼. 정적을 채우는 것이라곤, 따가운 햇살 아래 미친 듯이 울어대는 매미들의 끝없는 합창뿐이었다. 지루함에 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감기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쩌엉-! 쩌엉-!
귀를 찢을 듯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듯한 둔탁하고도 거친 파열음이 후원 한편에서 무겁게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감기던 눈을 번쩍 뜨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홀린 듯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집안의 앳된 머슴인 만호가 홀로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여름의 폭염을 견디지 못한 듯 거치적거리는 웃통을 시원하게 벗어 던진 그의 구릿빛 상체는, 오랜 고된 노동으로 빈틈없이 잘 다듬어진 거대한 바위처럼 단단하고 굵직한 근육들로 터질 듯 덮여 있었다. 정수리로 내리쬐는 잔인한 여름 햇살 아래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이내 그의 떡 벌어진 넓은 등판과 깊게 파인 등골을 따라 굽이치는 강물처럼 관능적으로 흘러내렸다.
그는 허리를 굽혀 거대한 참나무 장작을 모루 위에 무심하게 올려놓고는, 제 키만 한 무거운 도끼를 깃털처럼 가볍게 들어 올렸다가… 거침없이 내리쳤다. 쩌엉! 둔탁한 파열음이 다시 한번 고막을 때림과 동시에, 그 단단하고 두꺼운 참나무가 마치 썩은 수수깡처럼 힘없이 두 동강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압도적이고 원초적인 힘.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야성적인 움직임. 나는 저도 모르게 바늘을 쥐고 수를 놓던 손을 허공에 멈춘 채,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그 광경을 빨려들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저것이 사내의 몸이로구나.'
밤마다 내 곁에 눕던 늙은 남편의 바싹 마르고 핏기없이 차가운 몸뚱어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살아 숨 쉬는 짐승의 맥박과 생명의 약동 그 자체였다. 만호는 올해 갓 스무 살이 남짓 되었을까. 늘 과묵하게 입을 굳게 다물고, 제 그림자조차 소리를 내지 않을 것처럼 조심스럽게 기어 다니듯 행동하는 싱거운 사내였다. 어리숙해 보일 만큼 크고 순박한 눈망울을 가졌지만, 그 깊은 곳에 단단하게 깃든 미련한 우직함은 이 집안의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며칠 전, 다른 어린 하인이 실수로 영감의 귀한 단계 벼루를 깨뜨려 초주검이 되도록 매를 맞을 위기에 처했을 때, 기꺼이 자신이 부주의했다며 거짓을 고하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대신 매를 맞겠다고 엎드리던 녀석이었다.
그 어리석을 정도로 지독한 충심. 나는 문득, 가슴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어둡고 위험한 호기심에 강렬하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저 미련한 사내의 저 단단한 우직함은, 과연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저 짐승처럼 펄떡이는 육체 속에 활화산처럼 들끓고 있을 사내로서의 시뻘건 욕정마저도, 과연 저깟 충심 따위로 억누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바늘에 찔려 피가 맺힌 나의 서늘하고 하얀 손가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지난 오 년간, 단 한 번도 타인의 체온으로 데워져 뜨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가엾은 손. 나는 저 거칠고 단단한 야생마 같은 사내를 상대로, 나의 이 아름답고 농염한 매력이 과연 통할 수 있을지… 지독하게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늙고 차가운 남편에게서는 결코 확인받을 수 없었던, 살아 펄떡이는 여인으로서의 온전한 나의 가치를… 저 순박하고 미련한 짐승의 헐떡임을 통해 확인받고 싶다는, 지극히 발칙하고도 아찔한 욕망의 불꽃이 튀어 오른 것이다.
나는 마치 나무 위에서 방심한 사냥감을 노려보는 한 마리의 교활한 암표범처럼, 얕은 숨을 죽이고 그의 역동적인 움직임 하나하나를 탐욕스럽게 두 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땀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그의 둥근 어깨 근육, 도끼 자루를 거세게 쥘 때마다 툭툭 불거져 오르는 두꺼운 팔뚝의 핏줄, 그리고… 무심코 땀을 훔치려 고개를 돌릴 때 얼핏얼핏 드러나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사내다운 선이 굵은 그의 옆얼굴까지. 그 모든 이질적인 풍경들이, 내 안 가장 깊은 곳에 서늘하게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집요하게 건드리며 깨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장작을 패느라 여념이 없던 만호가 뻐근한 듯 잠시 허리를 뒤로 젖히며 거친 숨을 골랐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정자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자신을 뚫어져라 관찰하고 있던 나와 정확히 시선이 얽히고 말았다. 흠칫. 만호는 화들짝 놀라며, 마치 거대한 호랑이에게 쥐라도 잡아먹힌 가엾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얼굴이 목덜미까지 시뻘게져서는 당황하며 황급히 고개를 땅바닥으로 처박았다. 감히 하늘 같은 마님의 옥안을 함부로 쳐다보았다는 엄청난 죄책감과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그 모습이, 내 눈에는 이상하게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꼬리를 마는 갓 길들인 맹수의 그것처럼… 미치도록 흥미롭고 자극적으로 보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붉은 입술 끝을 올려 아주 희미한, 그러나 짙은 농염함이 배어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다시 수틀로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가슴속 심장은…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속도로 제멋대로 요동치며 뛰고 있었다. 늙은 남편 앞에서는 억만금을 주어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아슬아슬하게 금지된 설렘과… 상대를 내 발밑에 두었다는 그 위험하고도 찌릿한 우월감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수틀을 다시 꽉 쥐었지만, 내 눈앞에는 비단 위에 수놓인 죽은 모란꽃이 아니라… 한여름 햇볕에 검게 그을린 그의 단단한 등과, 그 굴곡을 타고 흐르던 투명한 땀방울,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갈 곳을 잃고 흔들리던 그의 그 순진무구한 눈빛만이… 지독한 잔상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렸다.
'그래, 시험. 한 번 철저하게 시험해보는 것이다.'
저 어리석고 우직한 사내 놈의 충심과, 서리서리 맺힌 내 안의 깊숙이 숨겨진 여인의 치명적인 매력. 과연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한지를. 나의 붉은 입술 사이로, 지난 오 년간 이 지옥 같은 기와집에 들어온 이후 단 한 번도 지어본 적 없었던… 가장 교태롭고도 잔혹하게 위험한 미소가… 마치 독을 품은 꽃처럼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 3. 은밀한 부름, 덫을 놓다
그날 밤, 늙은 영감이 기녀들이 기다리는 주안상을 핑계로 일찌감치 사랑채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나는, 온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그 위험하고도 짜릿한 장난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방 안의 촛불을 모두 끄고 은은한 호롱불 하나만을 남겨둔 채, 나는 거울 앞에 앉아 내 머리에 단정하게 꽂혀 있던, 값비싼 최고급 옥비녀를 미련 없이 뽑아 들었다. 시어머님께서 며느리에게 직접 물려주신 유품 중 하나로, 깐깐한 영감조차 함부로 만지지 못할 만큼 귀하고 엄숙한 물건이었다. 치렁치렁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로 쓸어내리며, 나는 그 옥비녀를 손에 쥔 채 내 방 밖의 툇마루 구석으로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오래된 나무 마룻바닥이 뒤틀려 살짝 들떠 생긴, 사내의 두꺼운 손가락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깊고 좁은 틈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틈새 위에서 비녀를 쥔 손을 멈추고 아주 잠시 망설였다. 이것은 내 무료한 삶을 구원할 짜릿한 일탈일까,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나를 이끌 불장난이 될 것인가. 하지만 내 핏속에서 끓어오르는, 결코 꺼지지 않는 맹렬한 호기심과 잿빛 일상에 대한 지독한 반항심이… 결국 내 이성을 잠재우고 내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움직이게 만들었다.
톡, 툭.
경쾌하지만 불길한 작은 마찰음과 함께, 매끄러운 옥비녀는 칠흑같이 어두운 마루 밑 심연 속으로 흔적도 없이 굴러떨어져 사라졌다. 이제 완벽한 덫이 놓아졌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는 다시 방 안으로 급히 돌아와, 흩어진 옷매무새를 의도적으로 살짝 더 흐트러뜨리고…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가장 붉고 요염한 색의 입술연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금 더 짙게 덧발랐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애써 다급하고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굳게 닫힌 문밖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
"밖에 누구 있느냐! 삯바느질하는 년이든 누구든 당장 이리 오너라!"
나의 다급한 부름에, 문밖 마루 끝에서 꾸벅꾸벅 졸며 대기하던 어린 몸종이 기겁하며 급히 뛰어 들어왔다. "마, 마님! 부르셨사옵니까요!" "큰일이 났다! 어머님께서 며느리에게 물려주신 그 귀하디귀한 옥비녀를… 그만, 내가 발을 헛디뎌 저 마루 밑 틈새로 깊숙이 빠뜨리고 말았지 뭐냐! 필시 내일 아침 대감께서 비녀가 없는 것을 아시면 불같이 노여워하시며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으실 터인데… 이를, 이를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금방이라도 서러운 울음을 터뜨릴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완벽하게 겁에 질린 여인을 연기했다. 나의 처절하고 다급한 연기는 실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여,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몸종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며 물었다. "마, 마님, 고정하시옵소서! 소인이 당장 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 어찌어찌 찾아보겠사옵나이다… 정 안 되면 날이 밝는 대로 노비들을 다 불러…" "아니다, 이 미련한 것아! 당장 날이 밝기 전에 무조건 찾아야만 한다! 네 그 가녀리고 짧은 팔로 어찌 그 깊고 어둡고 질척한 곳을 샅샅이 뒤지겠느냐! 이 집에서 가장 등빨이 좋고 힘이 세고, 손이 솥뚜껑만 한 듬직한 사내를 당장 불러오너라! 그래… 오늘 낮에 보니, 후원 뒤뜰에서 장작을 패던 만호라는 아이가 좋겠구나. 그 아이의 억센 팔과 힘이라면… 필시 마룻바닥을 들어서라도 비녀를 찾아낼 수 있을 게다. 어서! 촌각을 다투니 당장 그 아이를 내 방 앞으로 들라 하거라!"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 야심한 한밤중에, 그것도 안주인이 홀로 거처하는 은밀한 안채의 방으로 천하디천한 외간 사내종을 은밀히 부른다는 것은… 조선의 엄격한 법도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칙한 파격이었다. 몸종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듯 아주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눈물까지 글썽이며 절박하게 다그치는 나의 완벽한 연기에 압도되어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황급히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문이 닫히고 홀로 방 안에 남겨진 나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것은 철저하게 나의 통제하에 계획된 유희이자 장난이었지만, 동시에… 한 번 불이 붙으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지독하게 위험한 불장난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피 말리는 정적을 깨고 문밖 마루에서 조심스럽고 둔탁한 사내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숨을 헐떡이는 몸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님… 말씀하신 만호를… 깨워 데려왔사옵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흐트러진 앞섶을 살짝 여미며, 최대한 서늘하고 위엄 있는 안주인의 목소리를 꾸며내어 명했다. "들라 하라."
삐걱-.
오랜만에 기름칠이 덜 된 무거운 문이 열리고, 한밤중에 불려와 잔뜩 겁에 질려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만호가 방 안 툇마루 끝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그는 감히 고개를 들어 방 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툇마루 한가운데 털썩 엎드려 방바닥에 머리를 찧을 듯이 깊게 조아릴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자다 깬 듯 그의 거칠고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그의 뜨거운 체온을 타고 훅 풍겨오는 비릿한 흙내음과 짙은 사내의 땀 냄새가… 방 안을 채우고 있던 나의 고요하고 향긋한 난초 향 공기를 순식간에 난폭하게 휘저어 놓았다. 낮에 장작을 패며 짐승처럼 번득이던 그 당당하고 강건했던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하늘같이 높고 두려운 마님 앞에 불려와 벌을 기다리는, 덩치만 큰 겁먹은 어린 짐승과도 같았다.
"…부, 부르셨사옵니까요, 마님."
※ 4. 마루 밑의 밀어, 좁혀지는 숨결
"일어나 고개를 들거라. 그리고… 문턱을 넘어 이리 더 가까이 오너라."
나의 목소리는 밤이슬을 머금은 댓잎처럼 차분하고 맑게 떨리고 있었다. 만호가 주춤거리며 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서자, 나는 손을 뻗어 열린 문밖 툇마루의 어두운 틈을 가리켰다. "저곳이다. 내가 목숨처럼 아끼는 옥비녀가, 실수로 저 비좁은 마루 아래로 깊숙이 떨어졌느니라. 네가… 저 밑으로 들어가서 구석구석 좀 찾아다오. 필시 네 그 큼지막하고 억센 손이라면, 어둠 속에서도 금방 더듬어 찾아낼 수 있을 게다."
내가 나긋한 목소리로 '큼지막한 손'이라 힘주어 말하는 순간, 바닥을 향해 있던 만호의 둥근 어깨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떨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짐승이 미끼를 물었음을 알리는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속으로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마… 마님. 하오나, 저 마루 밑은… 소인 같은 덩치 큰 사내가 기어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비좁고… 쥐 떼가 우글거리는 어두운 곳이옵니다…" "그래서 특별히 힘센 너를 부른 것이 아니냐. 다른 여린 종년들은 무섭다며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니까. 어서, 잔말 말고 저기 삐걱거리는 마룻장 하나를 힘껏 들어내고 짐승처럼 기어 들어가 보거라. 내가… 네가 볼 수 있도록 친히 이 등불을 비춰주마."
나의 목소리에는 종의 반항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 서늘하고 거스를 수 없는 반가 마님의 위엄이 짙게 담겨 있었다. 만호는 더 이상 감히 토를 달며 거절하지 못하고, 체념한 듯 툇마루로 다가가 틈새가 벌어진 무거운 통나무 마룻장 하나를 억센 팔뚝의 힘줄을 세우며 단번에 뜯어내듯 들어 올렸다. 수십 년간 갇혀 있던 어둡고 축축한 마루 밑에서, 퀴퀴한 흙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훅, 하고 내 얼굴을 덮쳐왔다. 만호는 커다란 상체를 한껏 수그려, 뱀처럼 바닥에 엎드린 채 그 좁고 숨 막히는 어두운 구멍 속으로… 억지로 자신의 거대한 몸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상체가 들어가고, 이내 그의 떡 벌어진 넓은 등판과 단단하게 뭉친 허리, 그리고 짐승처럼 탄탄한 엉덩이가, 마루 위에 쪼그려 앉은 나의 눈앞에… 아무런 방어막 없이 무방비하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마루 밑은 한 명의 장정이 겨우 숨을 쉬며 비집고 들어갈 만큼 숨 막히게 좁고 칠흑같이 어두웠다. 퀴퀴하게 썩어가는 흙먼지 냄새와, 얼굴을 휘감는 거미줄의 스산한 감촉이 소름 끼치도록 불쾌했을 텐데도, 만호는 오직 호랑이 같은 마님의 명을 받들어 비녀를 찾아야 한다는 충직한 생각뿐인 듯했다. 그는 개처럼 엎드린 자세로, 내가 비춰주는 희미한 등불 불빛에 의지해 축축하고 차가운 흙바닥을 두꺼운 손으로 필사적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등 바로 뒤, 뚫린 마룻장 구멍 위에서는, 내가 거추장스러운 치맛자락을 한껏 허벅지 위까지 걷어 올린 채 아슬아슬하게 쪼그려 앉아, 등불을 든 손을 구멍 안으로 뻗어 비춰주고 있었다.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나의 달빛처럼 희고 고운 발목과, 얇은 속치마 아래로 언뜻언뜻 비치는 속살의 윤곽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만호의 흔들리는 시야에 아른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애써 시선을 흙바닥으로만 외면하며, 오로지 손끝의 감각으로 옥비녀를 찾는 데에만 필사적으로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 안에서, 그의 거친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내 귓가까지 선명하게 들려왔고,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듯 그가 마른침을 연신 삼키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찾았느냐?"
나는 짐짓 조급한 척 다그쳤다.
"아… 아직이옵니다, 마님. 아무것도 만져지질 않사옵니다." "좀 더… 어둠 속 깊이 파고 들어가 보거라. 아마 저쪽 메인 기둥 근처까지 굴러갔을 게다. 내가 어릴 적 안방에서 가지고 놀던 구슬도, 떨어지면 늘 저 깊은 곳 기둥 밑으로 굴러 들어가곤 했었지."
짐승의 숨통을 조이듯, 나의 은밀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구멍 안쪽으로 머리를 처박은 그의 바로 등 뒤에서… 귓바퀴를 달콤하게 간지럽히듯 들려왔다. 만호가 내 명에 따라 기둥을 향해 허리를 비틀며 안쪽으로 더 깊숙이 기어 들어가자, 나 또한 등불을 비춰준다는 핑계로 그를 바짝 따라붙으며 구멍 안쪽으로 상체를 반쯤 숙여 집어넣었다. 그러자 필연적으로 두 사람의 몸은, 빠져나갈 곳 없는 이 좁고 어두운 지옥 같은 공간 안에서… 숨결이 섞일 만큼 위험하게 맞닿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얇은 비단 저고리 너머로 출렁이는 부드럽고 풍만한 젖가슴이, 바닥을 기어가는 만호의 단단한 등판과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닿았다 떨어지기를 숨 막히게 반복했다. 피부에 여인의 뜨거운 굴곡이 스칠 때마다, 만호는 마치 시뻘건 불인두에 데인 짐승처럼 온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것을 나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머." 나는 구멍 모서리에 부딪힌 척하며 나직하고 요염한 탄성을 내뱉었다. "마루 밑이… 이리도 좁고 험할 줄이야. 더워 죽겠구나, 숨이… 가빠 막히는구나." 나의 노골적이고 뜨거운 숨결이, 어둠 속 만호의 귓바퀴와 뒷목에 끈적하게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방금 전까지 그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시궁창 같은 흙냄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내 목덜미와 가슴골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하고 짙은 난초 향기만이 이 좁은 공간을 지배하며 그의 모든 이성과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만호는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온몸의 뜨거운 피가 머리와 아랫도리로 미친 듯이 쏠리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이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던 이 거대한 집안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안주인과… 가장 천하고 은밀하며 더러운 마루 밑 공간에서… 땀방울을 섞으며 살을 부대끼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이었다.
"힘이… 참으로 좋구나. 엎드린 등이… 아주 거대한 바위 같아. 오늘 낮 후원에서 도끼질을 하며 장작을 팰 때부터 내가 진작에 알아보았지." 나의 가늘고 하얀 손이, 중심을 잃은 '실수'인 척 구멍 안으로 뻗어 들어가 그의 꿈틀거리는 단단한 등 한가운데를 짚었다. 긴장과 열기로 땀에 흠뻑 젖은 그의 돌덩이 같은 등 근육 위로, 한 번도 일해 본 적 없는 나의 부드럽고 서늘한 손바닥이 농밀하게 쓸어내리듯 느껴지자… 만호는 저도 모르게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거친 숨을 내뱉고 말았다. "헉…! 마, 마님…!" "왜 그러느냐. 혹, 너무 어둡고 더운 것이냐? 가엾게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구나." 나는 얄궂고도 집요하게, 구멍 속으로 손을 더 뻗어 땀방울이 맺힌 그의 두꺼운 목덜미와 귓바퀴를… 내가 입고 있던 최고급 비단 소맷자락 끝으로 아주 부드럽고 끈적하게 닦아내 주었다. 귓가를 맴도는 비단 소매의 스산하고 사각거리는 감촉과, 체온이 담긴 나의 맨살 손길이 땀 젖은 살갗을 스칠 때마다 등골을 타고 내리꽂히는 짜릿한 전율에, 만호는 이성을 부여잡고 거의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이 어둠 속의 시험은, 종으로서의 알량한 충심을 시험하는 가벼운 유희가 아니라… 사내로서 억눌러왔던 그의 근원적인 남성성 그 자체를 뿌리째 쥐고 뒤흔들어버리는… 그에게는 지옥보다 더 가혹하고 달콤한 고문이었다.
※ 5. 암흑 속의 반전, 폭발하는 갈증
푸후-.
나는 들고 있던 등잔의 유일한 빛이었던 작은 촛불을… 입술을 모아 단숨에 불어 꺼버렸다. 순식간에, 비좁은 마루 밑 공간은 내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완벽한 암흑과 정적으로 완벽하게 휩싸였다. "어머나! 이를 어째! 구멍에 바람이 들어와 그만 촛불이 꺼져버렸구나!" 나는 계산된 타이밍에 교태가 잔뜩 섞인 가짜 비명을 질러대며, 구멍 안으로 중심을 잃은 척 미끄러지며 어둠 속에 엎드려 있는 그의 거대한 등판 위로… 내 온몸을 내던지듯 털썩 쓰러져 겹쳤다. 이제 두 남녀의 얽힌 몸 사이에는, 빛도, 체면도, 그 어떤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여인의 부드럽고 풍만하게 차오른 몸뚱어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사내의 단단한 등판 위로… 빈틈없이 완벽하게 찰흙처럼 포개졌을 뿐이었다. 완벽한 어둠과 흙냄새 속에서, 당장이라도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한 두 사람의 미친 듯한 엇박자의 거친 심장 소리만이… 방망이질을 치며 좁은 공간을 터질 듯 울려 퍼졌다.
"이리 빛 한 점 없이 어두우니… 참으로 무섭구나. 어디선가 눈먼 맹수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아… 이리 좁은 곳에, 너같이 힘센 사내가… 내 곁에 맞닿아 있으니… 참으로… 마음이 든든하구나." 나는 그의 뜨거운 귓바퀴에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대고, 에덴동산의 뱀처럼 교활하고 관능적으로 속삭였다. 그리고는, 얼어붙은 그의 거대한 등 위에서…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끈적하게 나의 풍만한 몸을… 비비며 마찰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한겨울 맹추위에 떨던 가엾은 고양이가… 타오르는 화로의 온기를 찾아 필사적으로 살을 파고드는 것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암흑. 그리고 오직 촉각과 후각만으로 전해지는 부드럽고 향기로운 반가 여인의 헐떡이는 감촉. 한낱 머슴에 불과했던 만호는 이제 억눌러왔던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라, 이성의 마지막 끈을 영원히 놓아버리기 직전의 활화산과 같았다. 그는 머리가 굵어진 이후 평생을, 아니 전생부터 이어져 온 노비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처절하게 억누르고 거세당한 채 살아왔다. 천하디천한 종놈의 신분이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감히 쳐다보거나 탐하는 것조차… 목이 달아날 대역죄가 되는 잔인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궁창 같은 마루 밑 자신의 땀내 나는 등 위에서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발정 난 짐승처럼 먼저 다가와 그를… 미치도록 원하고 있었다.
나의 얇은 명주 치마 너머로 느껴지는 풍만한 젖가슴이 그의 딱딱한 등에 빈틈없이 짓눌려 뭉개지고, 나의 매끄럽고 하얀 허벅지가 짐승처럼 굵은 그의 허벅지를 뱀처럼 휘감아 옭아맸다. 내가 내뱉는 뜨겁고 달콤한 숨결이 그의 뒷목과 귓덜미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마… 마님… 제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소, 소인은… 그저 똥물을 푸는 천한… 머슴 놈이옵니다…" 애써 이성을 부여잡으려는 그의 갈라진 목소리는 애처로울 정도로 심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허락을 구하는 알량한 입술의 거절과는 정반대로… 살아서 꿈틀거리는 그의 짐승 같은 육체는 이미 본능에 지배당해 정직하게 팽창하며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중심은, 그가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짐승의 열기로…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사내로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거칠게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엎드린 그의 등 뒤에서, 그 단단하고 거대한 짐승의 변화를 허벅지 안쪽으로 고스란히 느끼며… 어둠 속에서 지독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구나, 이 어리석고 순진한 짐승. 천하를 베는 칼 같은 너의 그 알량한 충심도, 절정에 달한 나의 관능적인 매력 앞에서는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하구나.' 나는 짜릿한 정복감을 느끼며 이 발칙한 시험을 이쯤에서 완벽한 승리로 끝내고, 이 욕정에 굶주린 사내를 실컷 조롱하며 마루 위로 우아하게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미칠 듯 달아오른 이 순진한 사내의 이성을 조금 더 끝까지 애태우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흙먼지 속에서 비녀를 찾아내 흔들며, 바지춤을 부여잡고 수치심에 절망하며 울부짖을 그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길 참이었다.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땀으로 범벅이 된 그의 단단한 위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안심하고 몸을 물리려던 바로 그 찰나의 순간.
내 허리를 휘감는 뱀처럼, 만호의 거대하고 억센 손이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갈라 내 얇은 허리춤을 부서져라 낚아챘다. "…앗!" 내가 짧은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그는 내가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짐승의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내 몸을 단숨에 뒤집어 자신의 억센 가슴 아래로 짐짝처럼 순식간에 깔아눕혀 버렸다. 모든 상황은, 내가 눈을 깜빡일 틈도 없이 완전히 역전되어 버렸다.
이제, 천한 머슴인 만호가 위에서 포식자처럼 나를 내리누르고, 고귀한 안주인인 내가 먹잇감처럼 그의 아래에 깔려 바닥을 나뒹구는 처지가 된 것이다. 등 뒤로 느껴지는 축축한 흙바닥의 차갑고 거친 감촉이, 서늘하게 내 등줄기를 찔러왔다. "…네, 네 이놈! 네 놈이 감히 방자하게 지금 무얼…!" 나는 극도의 당황스러움과 공포에 휩싸여 날카롭게 소리치려 했지만, 나의 붉은 입술은… 포식자의 잇자국을 남기듯 달려드는 그의 거칠고 뜨거운 입술에 의해 단숨에 무참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나의 숨결을 빼앗는 그의 입맞춤은, 핏기없는 늙은 대감이 입을 맞출 때의 그 시체처럼 차갑고 의무적인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번도 여인을 품어본 적 없어 투박하고 서툴렀지만, 길들지 않은 야생마처럼 한없이 거칠었고, 내 몸과 영혼의 모든 것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집어삼킬 듯이 용광로처럼 뜨겁고 강렬했다. 그의 바위 같은 한 손은 도망치려는 나의 얇은 허리를 뼈가 으스러지도록 단단히 붙들고 있었고, 굳은살이 박인 다른 한 손은… 망설임 없이 나의 비단 옷고름을 잔인하게 뜯어내듯 풀어헤치고, 감춰져 있던 부드러운 속살을 미친 듯이 더듬으며 탐하기 시작했다.
"흐읍… 으읍…! 이, 이거 놓지 못…!" 나는 버둥거리며 두 손으로 그의 넓은 가슴팍을 밀어내려 발악했지만, 화가 난 곰 같은 그의 압도적인 완력 앞에서는… 발버둥 치는 갓난아이의 가소로운 몸짓에 불과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내가 뿜어내는 '순수한 물리적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도 압도적인 것인지를… 뼛속 깊이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짐승에게 물어뜯기는 듯 두렵고 공포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결코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항하려던 나의 몸 가장 깊고 은밀한 옹달샘에서부터… 지난 오 년간 죽은 듯이 잊고 지냈던 끈적하고 뜨거운 생명수가… 휴화산이 폭발하듯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흐르고 있었다.
마침내, 불기둥처럼 거대하고 뜨거운 그의 분신이… 내 몸이 허락하는 가장 깊고 은밀한 성소를 찢어버릴 듯… 거침없고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꿰뚫었다. "아앗…! 아, 아아악…!" 짐승에게 목을 물린 듯한 날카로운 비명과도 같은 처절한 교성이, 억눌린 나의 입을 뚫고 좁은 마루 밑을 찢을 듯 터져 나왔다. 그것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침범이 주는 찢어지는 아픔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난생처음 겪어보는…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온몸이 불타 녹아내리는 듯한,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끔찍한 쾌감 때문이기도 했다.
내 위에서 헐떡이는 짐승, 만호의 능력은… 요염한 계략을 꾸미며 내가 감히 상상했던 한계를 아득히 짓밟고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장작을 단숨에 패버릴 만큼 무식하게 힘만 좋은 사내가 아니었다. 밤이 새도록 지칠 줄 모르는 짐승의 끔찍한 정력과, 나의 육체와 숨결 모든 것을 한 톨도 남김없이 빨아들여 버리겠다는 듯한… 악마처럼 집요하고도 끓어오르는 열정이었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오만한 착각에 빠져 이 천한 사내를 시험하던 자가 내가 아니라… 오히려 그가 내재한 거대한 남성성 앞에 한낱 먹잇감으로 철저하게 시험당하고 굴복당하는 자가 바로 나, 월희 자신이었음을. 나는 그저 낮잠 자던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려 깨운 것이 아니라, 땅속 깊이 잠들어 있던 거대하고 잔혹한 수룡(水龍)의 역린을… 건드려 완전히 미쳐 날뛰게 깨워버린 것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더 이상 헛된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아니, 거대한 쾌락의 파도 앞에 저항할 의지조차 완벽하게 거세당하고 말았다. 그저 짐승처럼 나를 집어삼키는 그의 거칠고 난폭한 허릿짓에 온몸을 내던진 채, 숨을 쉴 때마다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쾌락의 늪에… 눈을 뒤집고 속수무책으로 잠겨들어 허우적댈 뿐이었다. 그렇게 쾌락에 몸부림치며 허공을 젓던 나의 떨리는 손가락 끝이, 어느새 흙바닥 구석을 훑다… 서늘하고 차갑게 다듬어진 매끄러운 무언가에 툭 하고 닿았다. 내가 이 불장난을 시작하기 위해 던져넣었던, 바로 그 옥비녀였다. 하지만 나는, 그토록 귀한 비녀를 손에 쥐고도… 조용히 손아귀의 힘을 풀어, 다시 흙먼지가 쌓인 칠흑 같은 어둠 속 구석으로… 깊숙이 발로 밀어 넣어 버렸다.
※ 6. 은밀한 밤의 맹세, 피어나는 의심
그날 밤, 썩은 흙먼지 날리는 비좁은 마루 밑에서의 아찔하고 숨 막히는 짐승들의 교미는… 창호지가 희뿌옇게 밝아오는 동이 틀 때까지 미친 듯이 계속되었다. 한 사람이 눕기에도 벅찬 그 비좁고 습한 흙구덩이 속에서, 두 사람은 신분이라는 거대한 철벽도, 인간으로서의 이성의 굴레도 모두 짐승에게 먹이로 던져준 채… 오직 헐떡이는 본능만이 이끄는 대로 서로의 땀 젖은 육체를 미친 듯이 탐하고 또 탐했다.
마침내 새벽닭이 울고 환한 날이 밝아오자, 마법에서 풀려나 제정신이 돌아온 듯 만호는 사색이 된 얼굴로 허둥지둥 흙투성이가 된 바지춤을 챙겨 입으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는 차마 어둠 속에서 자신이 짐승처럼 범해버린 여인, 안주인인 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인처럼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처박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 마님. 소,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당장 목을 매어 죗값을 치르겠나이다."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로 마루 위를 기어 올라온 나의 반응은, 사시나무 떨듯 떠는 그의 예상과는 완벽하게 달랐다. 나는 갈기갈기 찢겨나간 옷매무새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우아하게 정돈하며, 태어나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가장 나른하고도 짙은 만족감에 젖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겁에 질려 엎드린 만호의 굵고 까끌까끌한 턱을 하얀 손으로 부드럽게 움켜쥐고 들어 올려,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제 나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어젯밤 그를 조롱하려던 철없는 장난기 어린 호기심 따위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곳에는… 스물셋 평생 처음으로 뼛속까지 시린 강렬하고 완벽한 수컷의 쾌락에 눈을 떠버린 요부의 지독한 만족감과, 내가 직접 흙바닥에서 캐낸 이 완벽한 보석을 평생 놓치지 않겠다는 지독한 소유욕의 불길이… 탐욕스럽게 뒤섞여 이글거리고 있었다.
"죄라니. 네가 어찌 죄를 지었다는 것이냐. 너는 아무런 죄를 지은 것이 없다." 나는 아직 쾌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뜨거운 숨결로, 얼어붙은 그의 귓가에 뱀처럼 달콤하게 속삭였다. "너는… 네 충심을 다한 대가로 커다란 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너에게 내 가장 귀한 것을 상으로 내어준 것이고. 그러니… 오늘 밤, 해가 지면 아무도 모르게 다시 이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거라."
그날 이후, 안주인 월희와 천한 머슴 만호의 목숨을 건 위험한 관계는… 건조한 억새밭에 던져진 횃불처럼 멈출 수 없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눈부신 태양이 떠오른 낮에는 가장 고귀하고 도도한 마님과, 땅만 보고 걷는 멍청하고 천한 머슴의 완벽한 가면을 쓴 채, 서로를 철저히 못 본 척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마당을 가로지르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옷깃이 스칠 때 두 사람이 남몰래 주고받는 끈적한 눈빛 속에는… 밤의 거친 짐승 같은 열기를 암시하는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약속이 붉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완벽한 밤이 찾아오면,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를 만들어 귀찮은 몸종들을 일찌감치 행랑채로 물려버렸고, 만호는 담벼락을 타는 소리 없는 그림자처럼 민첩하게 내 방 창문을 넘어 숨어들었다. 이제 두 사람은 벌레가 기어 다니던 비좁고 어두운 마루 밑이 아니라, 방 한가운데 깔린 넓고 푹신한 비단 원앙금침 위에서… 밤이 새도록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뜨겁게 탐하고 또 탐했다. 시체처럼 늙고 차가운 판서 영감에게서는 단 하루도 느껴보지 못했던, 살아 숨 쉬는 젊은 사내의 용광로 같은 거친 숨결과 바위처럼 단단한 육체의 질감. 나는 땀에 젖은 만호의 거대한 품에 부서질 듯 안겨, 지난 오 년간 잊고 살았던… 아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여인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득한 황홀경의 끝을 매일 밤 맛보며 비명을 질렀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만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눈을 함부로 마주치는 것조차 대역죄였던, 하늘처럼 높이 우러러보던 마님의 눈부시게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오직 자신의 거칠고 커다란 두 손으로 마음껏 주무르고 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온 세상을 정복한 왕이 된 듯 기고만장해졌다. 밤의 이부자리 위에서 그는 더 이상 신분의 굴레에 얽매여 자신을 억누르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쾌락을 이기지 못해 숨 넘어가는 기쁨의 교성을 내지를 때마다, 그는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더욱더 거칠고 난폭하게 나를 몰아붙였고… 자신의 존재와 강인한 사내로서의 힘을… 나의 젖은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쐐기를 박듯 새기고 또 새겨넣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잿빛 얼굴의 나는, 사랑이라는 뜨거운 피를 수혈받자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되찾으며 무서운 속도로 붉게 피어났다. 창백하던 두 뺨에는 복숭아처럼 화사한 홍조가 피어올랐고, 독기를 품어 굳어있던 입가에는 언제나 나른하고 옅은 미소가 봄바람처럼 걸려 있었다. 하지만 밤마다 피어나는 꽃의 이 극적인 변화를, 구렁이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늙은 여우 같은 영감이 결코 눈치채지 못할 리 만무했다.
"부인." 어느 날 서늘한 저녁, 사랑채에 문안 인사를 온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관찰하던 영감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뱀처럼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아주 얼굴에 환하게 화색이 도는구려. 필시 몸을 데워주는 아주 좋은 약이라도 몰래 달여 먹는 모양이야."
나는 찻잔을 쥔 손끝의 떨림을 숨기며 태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다 하늘 같으신 영감께서 늘 심려해주시고 보살펴주신 덕분이지요." "그런가… 율무나 생강이라도 정성껏 달여 먹는 것인가? 헌데, 부인의 그 화색이… 꼭, 야심한 밤에만 은밀하게 핀다는 달맞이꽃 같단 말이지. 낮에는 햇빛을 피해 죽은 듯 얌전히 오므리고 있다가, 아무도 보지 않는 칠흑 같은 밤만 되면 요염하게 활짝 피어나는 그 꽃 말이야. 필시… 부인의 침소에는 밤에만 찾아오는 아주 좋은 손님이라도 숨어있는 모양이야."
※ 7. 달맞이꽃의 계략, 역전된 사냥
늙고 교활한 판서 영감의 촉은 매서웠다. 그의 의심은 작은 불씨에서 이내 걷잡을 수 없는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는 비록 사내로서의 구실은 하지 못할지언정, 평생을 두고 소유해 온 가장 값비싼 '장식품'인 나에게 흠집이 나고 누군가 탐을 내고 있음을 본능적인 소유욕으로 감지해 낸 것이다. 그는 집안의 크고 작은 비리를 도맡아 처리하는 충견, 늙은 집사를 은밀히 시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림자처럼 감시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늦은 밤마다 내 안채 방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맴도는 짐승, 만호의 존재를 정확하게 알아내고야 말았다.
'감히…! 감히 내 집구석에서 개돼지보다 못한 저 천한 종놈 새끼가 내 여인을 탐해?!' 보고를 받은 영감의 탁하고 늙은 눈동자에 살무사 같은 시뻘건 살기가 번뜩였다. 권모술수에 능한 그는 나비처럼 가벼운 치정극을 벌이는 두 남녀를 그저 멍석말이를 하여 곱게 쳐죽일 작정이 아니었다. 양반의 가문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치욕스럽고, 가장 참혹한 핏빛 고통을 안겨주며 자신의 짓밟힌 권위와 분노를 세상에 표출할, 잔혹하고도 촘촘한 사냥 덫을 치밀하게 놓기 시작했다.
며칠 뒤, 영감은 저녁상을 물리며 나를 향해 짐짓 다정한 척, 그러나 뱀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밤, 내가 아주 오랜만에 반가 벗들과 기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주연을 즐길 것이니… 부인은 피곤하게 기다리지 말고 안채에서 조용히 불을 끄고 경전이나 읽으며 나를 기다리시오."
너무나도 작위적이고 노골적인 통보였다. 평생 기방 출입은 내게 숨기려 들던 위선자였다. 나는 순간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단번에 직감했다. 아, 이것이 바로 영감이 나와 만호를 간통 현장에서 발가벗긴 채 한꺼번에 때려잡기 위해 파놓은 끔찍한 함정이라는 것을. 공포가 밀려왔지만, 나는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그 늙은 뱀에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만호의 그 뜨거운 품을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나는 다음 날 아침, 나무를 하러 가는 만호의 지게 틈으로 몰래 피로 쓴 쪽지를 구겨 전했다. '오늘 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내 방 근처로 발을 들이지 마시오. 대신, 영감이 머무는 사랑채 뒤뜰, 인적이 드문 그 늙은 향나무 그늘 아래 숨어서… 숨을 죽이고 나를 기다리시오.'
그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 나는 집안의 모든 곳간 열쇠와 돈줄을 관리하는, 영감의 가장 충실한 사냥개인 늙은 집사를… 은밀하게 나의 안채 방으로 따로 불렀다. 탁자 위에는 최고급 안주와 독한 화주가 놓여 있었다. 나는 집사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술잔에 독하고 단 술과 함께… 내가 기방에서 거금을 주고 몰래 구해두었던,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환각을 보게 만드는 지독한 미약을 듬뿍 타서 건넸다. "자네가… 집안 대소사를 돌보며 늘 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이 참 많아. 내 특별히 내리는 것이니 이 달콤한 술 한 잔 거절 말고 쭉 받게나."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늙은 집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안주인이 직접 미소를 지으며 쳐서 따라주는 독주를 넙죽 받아 단숨에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서서히… 약기운이 돌며 그의 탁한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멍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영감이 기방에서 밤을 새운다고 약속했던 그 야심한 시각이 되자마자… 밖에서 횃불이 춤을 추는 소리와 함께 영감이 사병과도 같은 덩치 큰 가솔들을 떼로 이끌고, 내 방문을 부수듯 급습해 왔다. "저 더러운 년놈들을 당장 잡아들여라! 덮쳐라!" 쾅!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문짝이 뜯겨 나가듯 박살 나며, 몽둥이를 든 험악한 사내들이 우르르 안방으로 들이닥쳤다. 눈이 뒤집힌 영감은 숨을 헐떡이며 방 한가운데 깔린 원앙 이불을 미친 듯이 거칠게 걷어젖히고, 그 안에서 짐승처럼 엉켜 뒹굴고 있을 간통의 현장을 잡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불 속에는 벼룩 한 마리조차 숨어있지 않았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나는 방 한쪽 구석 평상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짐 하나 없는 단정한 소복 차림으로 꼿꼿하게 앉아, 심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작설차를 태연하게 호호 불어 마시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영감. 다들 주무시는 이 깊고 조용한 밤중에… 무슨 추태의 소란이십니까." "네… 네년이…! 그 더러운 천둥벌거숭이 종놈 새끼는 어디다 숨겼느냐! 네년의 바지춤을 벗기던 그 정부(情夫) 놈 말이다!"
당황한 영감이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치는 바로 그 완벽한 타이밍에. 안채 방과 연결된 어두운 뒤뜰 쪽문이 거칠게 덜컥 열리며, 약속대로 대기하던 만호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만호의 억센 두 손에는… 포승줄에 돼지처럼 꽁꽁 묶인 채, 약기운에 취해 침을 흘리며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늙은 집사의 목덜미가 질질 끌려 들려 있었다.
"마님! 방금 전 후원을 순찰하던 중, 이 늙고 미친놈이… 감히 안주인이신 마님의 처소 창문 밑에 숨어들어, 불경스럽게도 마님의 옷 갈아입으시는 모습을 침을 흘리며 엿보고 있었습니다요!" 만호의 우렁차고 분노에 찬 외침에, 방 안으로 들이닥쳤던 모든 가솔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집사에게로 향했다. 미약과 독주에 취해 뇌가 녹아내린 집사는 붉어진 얼굴로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대감의 은밀한 명을 받아 밤마다 마님을 감시했다느니, 안주인의 살결이 어떠하다느니 하는 수치스럽고 더러운 헛소리를 침을 튀기며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악랄한 모함이다! 저 요사스러운 년이… 저 뱀 같은 년이 꾸민 발칙한 짓이야!"
사태를 파악한 영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당황하여 소리쳤지만, 상황의 판세는 이미 벼랑 끝으로 역전된 후였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눈동자에 인공적인 눈물을 가득 글썽이며 억울함에 몸을 떠는 가련한 아내의 표정으로 영감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영감… 어찌 제게 이리 모질고 참혹하게 구십니까. 소인이… 평생 영감을 위해 젊음을 바쳐가며 밤낮으로 독수공방 정절을 지키고 있거늘… 어찌 이리 지어미를 믿지 못하시고 치졸하게 의심하시어, 저런 추악하고 변태적인 늙은 하인 놈을 시켜 안주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감시하고 능욕하게 만드셨습니까!"
나의 피 끓는 억울함의 연기는 실로 눈물겨울 만큼 완벽했다. 영감을 따라 들어왔던 모든 가솔들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들은 마님의 깨끗한 정절을 의심하고 변태적인 늙은 하인을 시켜 염탐까지 사주한… 양반 대감의 끔찍한 치졸함에 속으로 혀를 차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만호가 영감의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꿇어앉더니, 자신의 품속 깊은 곳에서 누렇게 바랜 두꺼운 장부 책자 하나를 꺼내 바닥에 보란 듯이 툭 던져 놓았다. "대감 어르신. 소인이 이 발칙한 집사 놈을 제압하고 결박하려다, 이 놈의 품속 깊은 곳에서 요상한 문구들이 적힌 이런 것을 발견했습니다요."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것은… 영감이 지난 십수 년간 지방 관아를 돌며 저질러온 온갖 뇌물 수수와 매관매직, 그리고 백성들의 고혈을 짠 비리들이 날짜와 금액까지 모조리 기록된… 치명적인 비밀 장부였다. 늙은 집사가 훗날 영감에게 토사구팽당할 것을 대비해 몰래 빼돌려, 자신의 생명줄이자 약점으로 삼으려 품고 다니던 바로 그 시한폭탄이었다.
"이… 이 천하의 죽일 놈…!" 비밀 장부를 확인한 영감의 늙은 얼굴이 순식간에 송장처럼 잿빛으로 변하며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 장부를 치맛자락을 거두고 우아하게 집어 들고는, 먼지를 털어내며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운 독사의 미소로 영감을 내려다보았다. "영감. 오늘 밤의 이 불미스러운 소란은… 이 귀중한 장부와 함께… 그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조용히, 무덤까지 묻어두는 것이… 모두의 목숨을 부지하는 데 어떻겠습니까." 나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아귀에, 이제… 조선의 당상관이라 거들먹거리던 영감의 목숨 줄과 가문의 존폐가… 장난감처럼 처참하게 쥐여 있었다.
※ 8. 단양의 물안개, 마침내 찾은 낙원
그날 밤의 짜릿하고 완벽했던 역습은, 이 지옥 같던 기와집 안의 모든 서열과 운명을 단숨에 뒤바꾸어 놓았다. 자신의 목이 날아갈 모든 추악한 비리가 낱낱이 기록된 사형선고장 같은 장부를 쥔 나침반 앞에서, 평소 서슬 퍼렇고 오만하던 영감은… 그저 이빨이 다 빠져버려 기침만 쿨럭대는 불쌍한 늙은 호랑이에 불과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방구석에 숨어 숨죽여 우는 가련한 여인이 아니었다. 나는 영감의 방에 당당히 쳐들어가, 내 젊음을 갉아먹은 보상으로 두둑한 전대와 함께, 나와 만호를 이 저주받은 집구석에서 당장 조용히 내보내 줄 것을 살벌하게 요구했다.
만일 훗날 뒤로 자객을 보내거나 헛소문으로 뒷말이 나와 우리 두 사람의 터럭 하나라도 해하려 든다면… 내가 품에 지닌 이 장부는 곧바로 한양의 사헌부 대사헌의 책상 위로 배달될 것이라는, 서늘하고 명확한 경고와 함께였다. 영감은 붉어진 눈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결국 나의 모든 오만한 요구를 굴욕적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지옥에서 해방된 안주인 월희와 힘센 머슴 만호는… 양반의 허울도, 노비의 낙인도 모두 불태워 버리고, 그들을 평생 얽매던 거대한 감옥 같은 기와집 대문을… 스스로 활짝 열고 당당히 걸어 나왔다. 우리 두 사람의 손에는 각자의 허름하고 작은 보따리 하나씩만이 달랑 들려 있었지만…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우리의 표정은, 세상의 온갖 진귀한 보물을 다 가진 황제보다도 더… 자유롭고 평온하며 눈부셨다.
우리는 한양을 떠나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남한강이 굽이치며 절경을 만들어내는 물 맑고 인심 좋은 충청도 단양의 고즈넉한 강변 마을에 평화로운 터를 잡았다. 만호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장작을 패던 천한 머슴이 아니었다. 그는 하늘이 내린 타고난 강인한 힘과 우직한 성실함으로, 버려진 황무지를 비옥한 옥토로 단숨에 일구어내는… 이 마을에서 누구보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나의 지아비이자 농부가 되었다. 나 또한, 더 이상 넓고 차가운 안방을 홀로 지키며 시들어가던 대감댁 마님이 아니었다. 나는 화려하지만 무거웠던 비단옷과 옥비녀를 미련 없이 벗어 던지고 움직이기 편한 수수한 무명옷을 입었지만, 사랑받는 여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고 화사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한양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얄팍한 지혜와 타고난 수완을 십분 발휘하여, 만호가 피땀 흘려 수확한 질 좋은 곡식을 객주에 제값에 넘겨 이문을 남기고, 강변에 작은 주막을 열어 길손들을 맞이하며… 제법 쏠쏠하게 재산을 불리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빛이 남한강 위로 부서지는 고요한 밤이 되면, 우리 두 사람은 삐걱거리는 낡고 작은 초가집 단칸방에서… 세상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로의 달아오른 몸을 미친 듯이 뜨겁게 탐했다. 이제는 흙먼지 날리는 비좁은 마루 밑에서 쥐죽은 듯 숨어 만나거나, 영감의 눈치를 보며 불안에 떨 필요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세상이 인정한 온전한 지아비와 지어미가 되어, 밤마다 짐승 같은 거친 숨결 속에서 서로를 향한 갈증을 채우고, 또 채우며 사랑을 뼛속 깊이 확인했다.
"부인… 아니, 내 사랑하는 월희야. 진정, 아직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냐. 평생 비단옷만 입던 네가 이토록 초라하고 흙내 나는 사내를 지아비로 택한 것을." 만호는 땀에 젖은 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투박하지만 다정한 손길로 쓸어넘겨 주며, 늘 그렇듯 미안함과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귓가에 물어왔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런 넓고 단단한 그의 가슴 품에 짐승처럼 더 깊숙이 파고들어 안기며, 그의 거친 입술에 달콤하게 혀를 섞어 입을 맞추었다. "이 바보 같은 사내야. 나는… 단 한 순간도, 털끝만큼도 후회한 적이 없소, 나의 영원한 낭군님. 차갑고 시체 같던 비단 금침보다… 내 숨통을 조여오는 당신의 이 단단하고 뜨거운 팔베개가… 내게는 천만 배, 아니 억만 배는 더 포근하고 황홀한 것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오."
나는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슴에 볼을 기대어, 내일 장터에 내다 팔 곡식의 계획과, 앞으로 우리를 닮아 태어날 예쁜 아이의 이름과, 그리고… 이 강변 마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영원히 만들어갈 소박하지만 터질 듯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그 지독하게 위험하고 아찔했던 호기심으로 얽힌 두 사람의 기구한 인연은… 세상의 온갖 더러운 풍파와 계략을 당당히 이겨내고, 마침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의 붉은 결실을 완벽하게 맺게 되었다. 깊게 잠들어있던 맹수의 본능을 깨워버렸던 대담하고 관능적인 마님과, 그녀의 모든 것을 품에 안고 세상의 질서를 부수며 밖으로 걸어 나온 우직하고 힘센 머슴. 우리 두 사람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절경의 단양 강변 마을에서… 아주 오랫동안, 밤마다 서로의 살결을 보듬고 뜨겁게 사랑하며… 동화처럼 행복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농밀하게 살았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밤, '남편 몰래 머슴을 시험한 마님'의 아찔하고 은밀한 이야기, 즐거우셨나요? 잿빛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시작된 마님의 위험하고도 도발적인 하룻밤의 시험은, 결국 신분의 벽을 부수고 두 사람의 운명을 완벽하게 구원하는 가장 뜨거운 사랑의 불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때로는 가장 위험하고 금지되어 보이는 아찔한 선택이, 우리를 억압에서 해방시키고 진정한 행복의 낙원으로 이끄는 유일한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가장 달콤하고도 은밀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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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ghly atmospheric and romantic scene inside a traditional Joseon Dynasty Hanok room with paper sliding doors. A beautiful 20-year-old Joseon woman with her black hair tied in a traditional low bun (jjokjin meori), wearing only a thin white traditional silk undergarment (sokchima) looking intensely and seductively at a muscular young Joseon male servant with a topknot (sangtu). Illuminated by the warm glow of an old oil lamp, color ink wash painting, masterpiece, historical Korean setting, 16:9, no text.
씬 1:
- A beautiful 23-year-old Joseon noblewoman looking sorrowful and lonely in a grand, empty traditional Hanok room,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Jjokjin meori chignon>
- An old, wealthy Joseon nobleman (Minister) with a white beard reading a book coldly, ignoring his young wife,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Sangtu topknot>
- The young noblewoman looking at her beautiful but cold hands, feeling her youth wasting away,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Jjokjin meori chignon>
- A distant, exterior shot of a massive, oppressive Joseon noble mansion under moonlight, watercolor, 16:9, no text,
- The young noblewoman lying awake alone on a silk mattress in a dark room, moonlight shining through paper doors,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Jjokjin meori chignon>
씬 2:
- A muscular, tanned young male servant chopping wood with a heavy axe in a sunny courtyard,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pants, bare chest, Sangtu topknot>
- Sweat dripping down the muscular back of the servant as he chops wood,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Sangtu topknot>
- The young noblewoman watching the servant intently from a shaded pavilion, holding embroidery,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Jjokjin meori chignon>
- The servant suddenly looking up, catching the noblewoman's eyes, looking embarrassed and shocked,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Sangtu topknot>
- The noblewoman smiling seductively and dangerously, looking down at the servant,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Jjokjin meori chignon>
씬 3:
- The old nobleman leaving the mansion gates at night, watercolor, 16:9, no text, <Joseon Dynasty background, traditional Hanbok, Gat hat>
- The noblewoman holding